눈을 감고 가을볕 아래 고추말리는 아낙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눈을 감고 코스모스 하늘하늘 춤추는 순간들을 떠 올려봅니다.
눈을 감고 파란하늘에 끝없이 이어지는 긴 길을 그려봅니다.
가을엔 눈을 감읍시다.
하늘 한번보고 눈감고, 길 한번 보고 눈감고, 코스모스 한번보고 눈을
감읍시다.
그 모습을 우리 가슴에 뿌리내려 떠나지 않게 오래오래 눈을 감고 모종
을 합시다. 그래서 가을날 모종하는 것들이 점점자라 우리들 가슴에 행복의
열매로 익는 순간을 가슴조이며 기다려 봅니다.
가을은 그렇게 가슴이 울렁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유도 없이 길을 서성이게 되고, 목적지도 없이 길을 떠나게 되고,
잊었던 사람들이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우리들 영혼이 가장 맑아지는 시간,
마음이 존재에 대하여 눈뜨는 새벽과도 같은 시간,
우리 하늘 한번보고 눈을 감읍시다. 그리고 나를 잊읍시다.
그래서 가을처럼 맑은 사람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