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의 단풍잎이 붉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때면 폭염을 피해 허둥지둥하던 여름철과는 달리 나의 발걸음은 한결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출근길에 공원 한 쪽 모퉁이를 봅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불현듯 그 앞에 내려서 그와 악수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가을은 사색과 성찰을 하게 하는 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이 가을엔 그동안 급히 지나온 삶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떤 길인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주변의 세상은 어떠한지, 다시 살펴보아야 될 뜻합니다.
가을 하늘이 왜 유독 높은지 아십니까? 그건 맑고 푸른 하늘에다 자신의 삶을 한번 비춰보라는 자연의 뜻이 아닐까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믿고 무엇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철학의 모든 것은 이 세 가지에 귀착된다”고 철학자 리히텐베르크는 말했습니다. 이 세가지 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운데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