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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가을 편지



‘이미지’
오랜만에 부산근교 출사를 다녀왔다. 송정을 거쳐 월내역까지 즐거운 하루 였다.
아침7시20분 해운대를 출발, 바닷가에서 파도를 만났고, 그리고 임랑 어느 암자에서 ‘상사화'를 만났다.



곳곳에 아침안개 꽃들을 씻긴다.
할머니는 지금 어디서 웃자란 고향을
다듬고 계실까,
그 낮 익은 길들을 어떻게 변했을까.
추억의 끝은 늘 가슴 설렌다.
옛 얼굴들이 끊길듯 이어진다.
가을 바람속에,
가을 한 조각을 떼내 편지를 부쳐볼까,


상사화를 보고 깜짝 놀라, 섬광같은 그리움이 스쳤다.
암자에 상사화를 많이 심어 가꾸는 것이 어떤 못 이룰 그리움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비늘줄기로 좋은 풀을 쑤어 문창, 책을 단단하게 엮기 위한 일임을 자료를 뒤져 알았다.
상사화는 봄에 길쭉길쭉한 잎을 일찌감치 뽑아 올려서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다가 6월에 그 싱싱한 잎이 자취도 없이 시들어버린다. 그리고 한여름에 그 사라진 자리에서 건강한 꽃대가 놀랍게도 쭉 뻗어나와 대여섯, 예닐곱 송이의 연한 자홍색 꽃을 피운다. 그러니까 잎과 꽃이 서로를 보지 못한다는 데서,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相思)’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상사화’ 군락지는 이맘때 고창 선운사이다. 그러나 그곳까지 갈려면 즐거운 고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부산에서 본 상사화는 그야말로 무언가 메시지를 주는 건강한 꽃이었다. 많은 사진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는 재미도 솔솔 나지만, 우리 고장에 명소로 까지 명명(?) 할 이곳 상사화는 너무 황홀감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