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지난 연말 ‘대통령의 말’로 워낙 어수선하게 보낸 터라 새해를 맞이한다는 감흥은 훨씬 덜하지만 어쨌거나 ‘결전의 2007년’은 시작됐다. 대선주자들 중 누가 ‘황금돼지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한 친구는 “오늘은 밤 10시가 될 때까지는 절대 정치와 부동산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건의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 등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대선과 부동산이야기를 하면 열만 받고 괜히 술만 더 마시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대선과 부동산 이야기로 옮아갔다. 특히 진보, 보수적 성향을 막론하고 집값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은 ‘울분’ 수준이었다. “세금 잘내고, 열심히 일하고, 바르게 살았는데 내가 찍은 대통령이 왜 이런 고통을 주느냐”는 항변이었다. “부동산 말고 꿀릴 것 없다”, “할 말은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에 찬’ 말은 범부(凡夫)들에게는 상처에 소금뿌리는 격이다.
노무현 정부 4년동안 집권세력은 ‘진보 = 무능력’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냈다.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많은 사람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가져다 주었다.‘꿀릴 게 없는’노 대통령이야 퇴임해서 봉하마을로 내려가면 그만이지만, 이 정권 창출의 주축인 진보세력이 떠안을 ‘무능력’, ‘독선’이라는 굴레는 상당기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외면하고 새로운 권력을 매개로 한 세력규합에만 온통 정신이 쏠려 있다. 국정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전면에 서서 포장을 달리한 개혁과 민주, 평화를 팔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곧 선(善)이고 주목받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올해 선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중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느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선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감정’‘반미’‘빈부갈등’과 같은 갈등구조로 덕을 보는 선거판이라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올 한해 국민들이 더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