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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끝, 또 다른 시작


날이 저문다. 수평선을 뚫고 힘겹게 떠오르던 시작,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세상의 색을 처음의 것으로 돌려 놓는다.
사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한 그 빛이 사라지면 낮은 어둠이 깔릴 것이다.

외로움이 차오르는 시간,
오늘에 대한 아쉬움과 내일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
눈부시게 하얀 모습으로 중천에 떠올라 대지를 비추던 사려깊은 해의 시간이 그렇게 저물어 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그 모습에 수줍은 안녕을 고한다. 고사리 같은 손에 꽉 쥔 늙은 갯벌사이로 오늘의 마지막 빛이 알알이 부서진다.

-사진은 지난 11월 초 선운사를 거쳐 부안 내소사를 다녀오면서
곰소 인근 갯벌에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