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습니다. 아침인데도 더위가 몸에 와 감깁니다.
하지만 싫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부수적인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 관용을 지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냥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이 고맙게만 다가옵니다.
살아 있다는 이 사실보다 내개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만일 살아있지 않다면 절망과 슬픔과 이별까지도 나는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내게 절망이 다가왔을 때 나는 절망이라 말하지 않고 내가 살아 있구나 하고 혼자 읊조립니다.
슬픔과 이별이 다가왔을 때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먼저 느끼고자 합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그 자리,
그 자리에는 절망도 슬픔도 모두 흩날리는 한 잎 꽃잎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