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立秋)가 지나고 막바지 더위마저 물러난다는 말복(末伏)도 지났지만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장마철이 예년에 비해 길고 비도 많이 내려 도로와 가옥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다른지방에서는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리했던 장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운 날씨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 반갑지 않은 열대야의 날씨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열대야(tropical night)’라는 말은 낮 최고기온이 30℃ 이상으로 오른 한여름의 날씨를 ‘트로피컬 데이(tropical day)’라고 이른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하루 최고기온이 30℃ 이상 높아지는 한 여름 밤 동안에도 최저 기온이 25℃ 이상으로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은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을 청하기 힘든 여름밤을 가리킨다.
이 열대야현상은 공기의 흐름이 원활한 해안지방보다는 내륙지방이, 농촌 지역보다는 도시지역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데 녹지가 부족한 도시는 높은 인구밀도와 콘크리트 건물, 냉방장치에서 나오는 폐열과 함께 자동차 등에서 내뿜는 열기 등으로 인해 온도가 더 올라간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사람들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부족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요즘 날씨가 꼭 그런듯 싶다.
이번 장마때 비 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 산골에 기거하고 있는 법정(法頂)스님이 지난 8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집중적으로 참선 수행을 하는 기간인 하안거(夏安居)를 마치는 해제 법문에서 이번 여름날씨 얘기를 했다고 한다. 올 여름 날씨가 변덕스럽고 피해가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스님은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 때입니다. 그 한 때에 꺾여선 안됩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일,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면 안됩니다. 곧 가을바람이 불면 더위가 자취를 감추듯, 상황을 받아들이면 극복할 의지와 용기가 생깁니다.”라고 했다. 결국 시간의 흐름은 자연의 이치와 순리대로 이뤄지는 일이라는 뜻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