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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매화는 언제쯤



/매화 옛 등걸에 봄절에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 말동 하노라./ 청구영언에 기록된 글이다.
매화는 고금을 통해 동양에선 시선이나 묵객들의 칭송을 받아온 꽃이다. 한기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의 꽃으로는 모란이 더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동양인의 은근한 성미엔 매화의 향기에 더 마음을 준다. 사군자 가운데 매화를 으뜸으로 치는 것도 그런 은근함의 매력때문이다.
/담 모퉁이에 두서너 매화가지 추위속에 홀로 피어있네 멀리 보면 눈은 아닌듯,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적시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는 왕안석의 유명한 매화송이다.

속진이 분분한 가운데 어디에 필 매화는 청향에 젖은듯. 소동파는 강호(세상)에서 그 매화의 암향을 뱃속에까지 채우고 살았다지만 우리의 어설픈 일상은 다만 매화를 기리며 감회를 속네에 품고 산다.

고매는 선암사 매화를 친다. 선암사 경내엔 5백년에서 800년된 토종 매화가 일곱그루 정도 있다. 늙어 뒤틀리고 비늘진 몸매에 암향을 찾아 철만되면 서너번 정도 탐매를 갖었다. 하룻밤 쯤 자야 어수선한 세상사를 이야기 하면서 암향에 취해 볼 양인데...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올해는 꼭 가까운 지기와 선암사에 하룻밤 묶으며, 서러운 늙음을 진한 암향에 담아 볼까 한다. 사진은 선암사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