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몇 차례씩 차를 마시곤 하지만,
고백하건데
나는 차의 맛과 향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현상(現狀)으로 알고 귀동냥으로 아는 체하고 있을뿐,
터득하지 못하고 실체로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신(茶神)을 체득하지 못한 것은 나를 위해서,
신성한 차를 위해서 슬픈 일입니다.
요즈음 어딜가나 중국차 일색입니다.
모든 절에서도 중국차에 중국다구(茶具)다.
그러면서 우리 차를 폄하하는 스님들도
꽤 많아졌습니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중국문화와
식생활이 우리네 삶을 점점 바꾸어 놓는 듯 합니다.
큰 절에서 곡우(穀雨)에 딴 ‘차’ 한잔을
벌컥 마시니 어인 일인지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나이탓일까.....
낡은 초가집이 왠지 그립고 정이 갑니다.
그집엔 작고 나지막한 쪽마루가 깔려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복숭아(토종) 나뭇가질타고
올라가 딱 벌어진 북숭아 따먹기도 했습니다.
껍질은 까칠했지만 속은 곱고 맛이 좋았습니다.
'퇴옥파창(頹屋破窓)'일 망정 이런 집에
알토란처럼 살고싶다는 소망을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