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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연향(香)따라 이리저리로...

나는 연꽃을 사랑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이 물들지 않고 맑음을 지킨다는 처염상정(處染狀淨)때문이다. 연꽃은 어떤 환경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 맑고 향기로운 자태를 피워 올린다. 진흙탕 속에서 자라도 꽃과 잎사귀는 혼탁함에 물들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수련과 식물들이 그러하듯 주위를 정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혼탁한 세상에서 마음의 청정함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이런 연꽃의 습성을 그리워 하다보니 자연히 각광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연꽃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등장하면서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나도 매년 이맘때 연꽃을 찾아 나선다. 오늘(7월.11일)도 새벽5시에 경북 칠곡‘ 망월사’ 라는 암자에서 하얀백련을 보고, 경산 ‘영남대학’ 앞 못에서 자주빛 홍련을 만나고 왔다.


매해 그렇지만, 오늘의 무더위는 너무 더웠다.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찾아간 임자들은 두곳 다 바램 만큼의 연꽃을 피워 올리지 않았다. 해갈이를 하는 지, 별 신통치 않은 것은 왜 그렇까? 온난화 탓일까, 아니면 하고 의문를 갖게 한다.


연꽃은 하늘과 대화를 하는 꽃이다. 그 매력 중 빼 놓을수 없는 것이 하늘을 향해 마음껏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자태이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 물에서부터 즐기를 올리고 꽃봉오리를 열면서 연은 하늘을 향한다.
마치 그 너머 세상과 말을 주고 받기라도 하려는 듯. 꽃이 그렇게 입을 열면 하늘은 이에 대답하듯 연심에 열매를 맺게 한닫. 연은 특이하게도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자란다. 일반적으로 꽃이 지고 난 뒤에야 열매를 맺는 것과는 다름 현상이다.


연꽃은 불교의 꽃으로 얼른 떠올린다. 사실 연꽃은 불교의 꽃은 아니다. 연꽃을 종교 속으로 먼저 끌어들인 사람은 힌두교인들이었다. 그들의 경전 ‘리그베다’를 보면 연꽃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최초의 식물로 등장한다.
그 연꽃을 인도인들은 부와 미의 상징으로 바다들여 진리를 깨달은 성인에게 공양물로 바쳤다. 그리고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 역시 연꽃 안으로 끌어안았다. 연꽃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신성과 풍습을 형성화한 것이다.


불교에서 부처가 나타나는 곳이면 으레 연꽃이 등장한다. 그가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그가 앉는 자리는 언제나 연꽃이 활찍 핀 연화대이다. 집을 떠받쳐 놓은 것이다.
불상이 앉아 있는 연화대는 그러니까 온 세상의 만법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불교의 진리를 강설한 ‘묘법연화경’에 나오는 ‘염화 시중의 미소’는 불교 전법의 상징적 사건으로 연꽃을 전환 시킨다.


연꽃은 원래 아열대지방 식물로, 우리나라에 언제 전해졌는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불교가 들어오기 전인 고구려 시대의 고분벽화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오래 전에 토착화된 것만은 틀립없다. 연은 그 뿌리가 진흙이나 뻘 속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주로 저수지나 늪에서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연은 대개 백련과 홍련이다. 그 빛깔은 물론이고 분위기도 차이를 보인다. 홍련이 청초한 소녀의 얼굴에 번지기 시작한 홍조처럼 부끄러운 듯한 자태를 가졌다면 백련은 귀족적인 풍모를 보인다.


연꽃은 꽃이 필때는 빛의 영향을 받는다. 해가 뜨면 꽃잎을 열고 해기 지면 꽃잎을 닫아 꽃봉오리를 숨겨 놓는다. 그런데 맑은 여름밤에 둥근 보름달이 뜨면 꽃의 세포가 착각을 일으켜 달밤인데도 희디 흰 연꽃을 활짝 피운다.
이런 날은 연향도 유난스레 짙고 멀리 퍼진다. 달빛을 타고 날아 다니는 연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싣고 흘러다녀 연꽃을 찾은 사람을 구락세계로 이끈다. 연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꽃의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겨울 연밭에서 볼 수 있다.눈 내린 겨울 연밭에서는 여름의 화려함도 가을날의 고고함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적막과 고요의 상징인 설경이 펼쳐지면 윤회의 비밀을 간직한 깃발처럼 앙상한 연줄기들의 여백의 미를 빚어낸다. 그래서 사람은 미당의 말처럼 연꽃을 만나고 오는 바람이 아니라 늘 연꽃을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연밭 주위를 서성이는지 모른다.


나는 부산의 유일한 연못, 금정구 두구동 소류지, 함안 법수 연밭, 경주 서출지, 관광호텔 뒤, 그리고 경산의 영남대학 앞을 매해 가는 편이다. 올해는 누가 권유하길래 ‘칠곡 망월사’도 다녀왔다. 그저 허탈할 뿐이다. 백련의 우아함을 보지 못하고 왔으니...
그러나 나는 연꽃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