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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염탐하는 가을


햇살은, 덧칠한 단청처럼 경박스럽게 오후를 달구고,
땅을 지져 빨갛게 익는 고추들,
저물녘 옥수숫대 밀치고 기어 나온 바람,
달다, 저 홀로 익은 개구리참외 훔치듯 잇몸이 즐겁다.
슬며시 몸 섞는 계절의 완충지대,
소나기 한 줄기 들녘을 훓고,
바둥대는 여름, 염탐하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