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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우포늪으로 떠나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포늪에는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다. 수양버들과 내버들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고 늪 주변에는 자운영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금쟁이와 장구애비, 물방개 등 수많은 곤충들도 초여름을 맞아 춤을 추고 있다.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그리고 습지보존국제협약에 등록된 우리 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자연늪인 ‘우포늪’은 습지수면이 무려 7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늪에 약 1,000여종의 생명체가 어울려 살고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5월 8일 새벽 6시경, 경남 창녕 우포를 찾아 갔다.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지난해 ‘가시연’의 생태를 살핀 후라, 올해는 봄이 넘어 섰는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혹, 아주 예민한 식물이라는데 오염 등 환경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하는 의아심과 또한 요즘 사진인들이 물안개가 자욱한 ‘꺼리’를 올려서, 그것도 한번 볼겸 나선 것이다.
창녕에 다달을 무렵, 벌써 시계는 8시를 가리켰다. 바로 앞산 화왕산 자락엔 안개가 끼여 돌아 축축하게 적시고 있다. 야- 원시 숨결로 가득한 자연생태계를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들떴으나 허사였다.
우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산허리를 감아돌고, 새벽녘 어슴푸레 피어 오르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그 물안개. 다시 고쳐쓰면 붉은 해가 주춤주춤 떠 오르면서 새벽 물안개가 만들어내는 늪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수묵화 라고 하는데... 필자에겐 왜 이렇게 무심한 것일까. 그러나 물안개에 젖어있는 풍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금방 알수 있었다. 왜냐하면 물안개는 지난밤과 새벽의 기온차가 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나 초겨을의 아침녘에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생성과 소멸, 생명과 죽음까지도 무색하게 만드는 자연의 위대함에 저절로 경건해 진다’는 것이 생태전문가들의 지론이다.

아직 본 일이 없고 그저 타인의 찍은 사진을 본 것 뿐인데....우포늪을 찾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겠지, 하고 위안을 해본다.
지난해 사지포늪에서 흥분케 했던 ‘가시연’도 봄이 지났건만 아직 미동도 없다. 잔잔한 습지에 이름모를 철새들만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푸름이 더한 늪에 장대나뭇배를 저어가는 어부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한다. 이렇게 우포의 초여름은 언제나 푸르고 싱싱한가보다. 물가엔 그 어릴 때 춘궁기를 생각케 하는 보리가 고개를 내밀고, ‘깜북이’가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동네 한 청년은 늪에 통발을 넣어 손바닥만한 붕어를 올리며 싱글벙글이다. 이렇게 우포늪이 인간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은 많은 것일까. 그것뿐이랴, 밭고랑 틈사이로 두해살이 풀로 꽃이 자주빛 구름같다고 해서 붙여진 ‘자운영’이 꽃을 피워 길손을 맞는다.

또 ‘사단법인, 푸른 우포 사람들’ 앞엔 5월 단오를 떠올리듯 ‘창포’가 꽃을 피워있다.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뿌리를 깎아 머리에 꽃든 그 어린시절을 생각게 한다. ‘창포’ 잎을 따서 꺽인 단면의 향을 맡아보라며 가이드 총각이 건네주자 동행한 여성 회원 둘은 처음 맡아본다, 정말 향이 은은하다, 신기하다... 계속 쫑알거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붓꽃이나 꽃창포를 창포로 잘못 알고 있다. 이곳에서 한번 확인해 보시면 어떨까?

붓꽃은 금정산 늡지인 북문앞에도 5월, 이맘때쯤 꽃을 피운다. 노란꽃창포(사진)는 입을 다물만큼 아름다워, 김문규 지도고문은 옛날 구닥다리 카메라를 들고 앵글을 들여다 보며 담느라고 혼을 넣는다. 카메라 인생이 30여년을 넘어서도, 아름다운 꽃은 또다시 늘 아름답게 다가와서인가보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곳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는 ‘내버들 군락’도 장관이다. 내버들은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 오염된 물을 맑게하고 여름 철새들과 물고기들의 은신처라고 안내를 맡은 ‘노’군은 말한다. 왕버들이 키가 크고 밑둥이 큰 반면 내버들은 뿌리에서 여러개의 가지가 뻗어 나온다고 설명한다. 이 ‘노’군은 자기가 이곳 토박이고 교육대 2년을 다니다가 몸이 물편해 휴학하고 전문대를 나와 이곳 고장에 대안학교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포에서 여러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들은 바 있으나 당일치기 일정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겨우 잠자리, 방아깨비, 호랑나비 정도였다. 기회가 닿으면 한 이틀 민박하면서 저녁노을과 달, 그리고 아침해, 반딧불을 마주해봤으면 좋겠다.
오늘 ‘카메라 기행’에 물 안개는 볼 수 없었으나, 이곳의 토박이 ‘노’군의 안내로 우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올랐고, 초여름의 길손인 늪의 푸르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우포늪 인근 공룡발자국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필자는 푸름이 더해가는 우포늪을 떠나며 이런 것을 생각해봤다. 생명체의 색, 인생의 색... 반백의 머리에 이내 인생이 화려하고 강렬하다 자랑할 순 없을 지언정, 이것도 저것도 아닌 칙칙하고 애매한 중간, 회색은 되지 말자.
인생이란 가둠과 풂, 버림과 모음, 떠남과 돌아옴 등등의 반복이다. 그래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이다. 자신을 가둘 줄 알고 풀 줄도 알아야 한다. 버릴 줄도 알아야하고 모을 줄도 알아야 한다. 떠날 줄도 알아야하고 되돌아 올 줄도 알아야 한다.
안으론 이렇게 익어가고, 겉으론 이 자연의 연두빛을 닮아야지...추해지지 말고, 하루하루 새로운 자연의 빛을 내안에 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