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지났는가? 아직 바람은 쌀쌀하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아직 겨울의 의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미련 때문만 일까? 정말로 겨울은 지났는가? 봄은 예술가의 손과 같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살짝, 조심스럽게 바꿔 놓고 여기 저기 꽃을 심어 놓는다.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제 3월인 것이다. 봄인 것이다. 마냥 즐거운 것이다. 자연의 ‘레브·레터’에 모든 사람들이 그저 가슴을 부풀리게 되는 것이다.
『수탉이 울고
시냇물이 흐르고
참새들이 지저귀고
호수가 빛나고…….』
이렇게 노래한 어느 시인의 자연을 우리는 모른다.
그래도 먼 산에서 기쁨이 들리고, 샘에서 생명이 솟아오르는…….마치 그런 소리가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착각일까? 봄이 나를 반긴다고 여기는 게 착각일까? 봄은 장난꾸러기다. 변덕스러운 예술가의 손처럼 언제 또 눈보라를 날리게 할지 모른다. 지난해도 3월에 폭설이 내렸으니 말이다.
그런 변덕은 살짝 고개를 내민 나뭇가지의 싹을 움츠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3월은 봄이다. 그리고 꿈과 꽃의 계절이다. 아무리 북풍이 아직은 피부에 차갑다 해도 꺾일 꿈도 아니다. 아무리 눈보라가 모질다 해도 봉오리지 는 꽃의 정기(精氣)를 꺾지는 못한다. 겨울은 이제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겨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쳐들며 봄의 대기(大氣)를 들이쉴 때 겨울의 잔해(殘骸)는 이미 없다.
아직은 꽃이 없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누구하나 흥겹게 노래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봄은 왔다. 3월 인 것이다. 비록 아직은 봄이 보이지 않는 다해도 누구나 봄을 느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봄의 꿈을 잃지 않는 동안 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