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이 밝아 온다. 하늘이 붉게 타오른다. 아침이다.
부산 해운대 '청사포'의 둥근 얼굴이 이글댄다.
태양이 저렇게도 아름다우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운 말만 듣고
줄거운 말만 나누고 싶다.
젊은 날의 내 생각은 '빨리 환갑이 되었으면'이었다. 유복하지
못했고, 그래서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크게 어려운 일
겪어 본 적 없고, 심한 고생한 적 없으면서도, 빨리 늙는 것이
소원이었다.
젊은 날의 내 꿈은, 아른다운 음악 곁에서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좋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가끔 산책이나 하면서, 이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았고, 환갑만 되면 이런 꿈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이 세상이 내게는 벅찬 곳이었던 모양이다. 환갑을 소원 삼아
기다린 것이 그 까닭이었고, 그런 가녀린 꿈에 잠겼던 것이
그 때문이 아니었나 돌이켜진다.
환갑을 넘긴 지금, 그러나 그 꿈은 꿈처럼 아직도 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고마운 나날들이었다.
둔한 머리, 무딘 손으로 이만큼 살아온 것만도
나로서는 생각밖의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