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쏟아지는 대낮, 소녀들의 수줍고 어린 마음인 듯 푸른 빛을 머금은 붉은 수련꽃 송이가 잔잔한 물위에 송글송글 맺혀있다.
우아한 품격과 더불어 초 가을 종언에 있어서도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끝내 곱게 여민 봉우리 모양으로 낡은 매무새를 안으로 가다듬어 접고 고스란히 물속으로 가라앉은 조심성을 동양적인 고요 속에 서릿발 같은 매음이 느껴져 가슴이 아리도록 막은 서정을 풍겨준다.
사진찍기를 시작하면서 수련꽃이 잘 가꾸진 곳은 제주도 ‘우도’를 생각케 한다. 2001년 여름 ‘우도’에 그 귀한 산호모래. ‘서빈백사’를 찾아 갔다가 ‘소류지’에 피어 오른 수련을 만났다. 청초하고 너무 아름다운 자홍색에 물려 할 말을 잃어 버리고 한참 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나를 붙들었던 추억이 새롭다.
그후 여름만 되면 수련을 찾아 함양‘상림’ 그리고 경주 ‘동국대학교’ ‘오케이목장’ 등을 찾으며 수련을 만나왔다. 흔히 연꽃과 수련을 혼동하는 분들이 있다. 같은 수련과 이지만. 생육환경은 동일한지 모르지만, 동종은 아니다. 나는 연꽃과 수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한문에 만물양아(萬物養我)란 말이 있다. 만가지 모든 사물이 다 나를 기르고 양성했다는 뜻이다. 맑은 공기, 따스한 햇볕, 맛있는 음식, 시원한 샘물, 다 나의 몸을 기르고 살찌게 하는 재료이다. 아침에 하늘을 향해 향기를 내뿜으며 꽃을 내미는 수련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배우듯 나는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서 인생을 배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