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 Think

한라산 철쭉을 그리며


시인 故 정지용은 한라산 백록담의 정취를 이렇게 그의 시에 담았다.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퉁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서 파랗게 질린다./

시인은 영산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그토록 섬뜩한 고독을
안고 내려갔던가. 그때 시인의 빈 가슴에 안겨온 백록,
무서운 고독만이 깔려 있었던 백록담에,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오늘,
백록담은 사람들의 거친 다리와 내뿜는 독기 때문에 천천히
말라 가면서 노쇠해져 가고 있다.

나이들 면서,
매해 서너 번 정도 철따라 한라산에 간다.
봄에 털 진달래, 철쭉, 그리고 가을에 단풍, 겨울....,
갈 때마다 그 어디에 이렇듯 현란한 색의 조화를 숨겨
두었던지, 심장이 멈추려 한다. 나는 한라산을
신의 조화가 늘 머무는 산이라고 믿는다.
사진은 지난해 6월7일, 선작지왓에서 찍은 사진.
이 순간 좀 더 한라산속으로 깊숙이 '자연과
숨바꼭질 중이다' 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