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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할아버지께 가을 편지를 부칩니다

올해 단풍은 찬란하고 고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새벽 울타리 넘어 불국사의 애기단풍 울음소리 들으러 갔던 일은
애절하기도 하거니와 황당스러운 일(?)을 겪어 내년에 기억이
되 살아 날까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새벽잠 설치며 선운사 도솔암을 오르던 일,
부안 내소사를 갔던 일이 추억으로 영영 남을 것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처럼 점점이 떨어지는 낙엽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계절,
초 겨울입니다. 지난달 하동에 밤을 주으러 차를 몰고 갈때,
마른 나무잎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문득 할아버지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45년이 되었습니다.
아주 긴 세월입니다. 이제는 할아버지 사진을 거실에
걸어두고도 그저 스쳐 가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지만 모습과 말하는 것은 닮은 꼴이지만 할아버지의
엄숙함, 부지런함, 명민함을 제대로 물려 받지 못한 저는
할아버지가 하신일, 할아버지가 하고 싶어하셨던 일까지
모두 닮고 싶어 할아버지가 보셨던 것과 똑 같은 바다,
똑 같은 하늘, 똑 같은 길을보며 할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영국의 작가 새뮤얼 버틀러는 "잊혀지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떠 난 사람의 믿음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시 뵐때까지 할아버지의 믿음을 기억하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용기있게 살아 가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