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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주례 이야기

지난 20일, 두번째 주례를 한 이야기입니다. 어떨결에 "주례해 주십시요"하길래 "응, 알았어"한 게 주례를 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분들이, "덕담이었다"며 꼭 볼 수 있으면해서 이렇게 올립니다. 명문장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이야기 입니다.



두분의 결혼식에
이 사람이 ‘덕담’을 한다는 것..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단지 사회를 더 산 선배로서, 또 신랑의 사회활동을 옆에서 지켜본 세월 덕에 이런 소중한 시간을 맡게 되었습니다.신랑은 평소 지역사회에 신망이 두터운 분입니다. 어려운 이웃들과, 또 사회, 더 나아가서 국가를 위해 혼신의 봉사를 다하는 훌륭한 분 입니다.신부도 장애인, 자폐아동을 위해 봉사하는 등 남이 꺼려하는 일도 두말없이 앞장서는, 주위를 환하게 해주는 밝은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어떻게 하느님이 맺어준 인연인지, ‘지난 흔적’을 어루만져주듯 서로 만났습니다. 결혼은 인생의 엄숙한 선택입니다. 결혼이란 쌍방이 “나는 이 사람을 선택하였습니다" 라고 약속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이제, 두분은 호칭 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생겼습니다.
여보라고 부를 대상이 생겼습니다.
아마 이 두분에겐 참 부르고 싶었던, 그리운 말이라 짐작해봅니다.

저는 오늘 이 두분의 결혼식이, 결혼의 혼(婚)자를 영혼의 혼(魂)자로 바뀌는 결혼이 되기를 당부 드립니다. 하나의 생명이 딴 생명을 인생의 반려로 맞이하여 일생동안 같은 지붕밑에서 운명과 고락과 희비를 같이 하면서 이 세상 다할 때까지 백년해로 할 것을 더욱 당부 드립니다.

또한 결혼은 두 생명의 혼을 하나로 힘 있게 묶는 틀입니다. 인격과 인격을, 영혼과 영혼을, 생명과 생명을, 개성과 개성을, 자아와 자아를 하나로 묶는 것입니다.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둘입니다. 여기에 결혼의 신비가 있고 어려움이 있고 또한 보람이 있는 것입니다.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결합이 아니라고 합니다만, 이 두 분에겐 더더욱 그러합니다.

언젠가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자제분들과 함께했던 자리를 얘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이 앞에 선 신부를 보았습니다. 서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그간의 시간들에 대한 애틋함이 마주 보는 두사람의 눈길 속에 담겨있었습니다. 그날 건네던 손수건을 잊지말고, 그 애틋한 마음을 늘 간직하면서, 새로운 가족사를 따뜻하게 써내려가길 바랍니다. 또한 더욱 오래동안 사랑하며 살기위해서 더욱 건강에 유념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두분을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아시지요. 지금껏 칭찬이 마르지 않은 삶을 사셨듯이, 행복한 결혼 생활로 더욱 주위에 환하고 밝은 기운을 퍼트리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두분, 앞으로 더 좋은 일, 더 아름다운 일을 해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한없는 축복이 오늘 새 가정을 이루는 이 두 사람과 양가 위에,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러 오신 하객 여러분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