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봄볕에 수줍게 하나 둘 꽃망울을 드러내기 시작한 매화꽃,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매화에 대해 卍海 한용운(韓龍雲)은 이렇게 말하였다. “쌓인 눈 찬바람에 아름다운 향기를 토하는 것이 매화라면, 거친 세상 괴로운 지경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는 것이 용자니라. 꽃으로서 매화가 된다면 서리와 눈을 원망할 것이 없느니라. 사람으로서 용자가 된다면 행운의 기회를 기다릴 것이 없느니라. 무서운 겨울의 뒤에 바야흐로 오는 새봄은 향기로운 매화에게 첫 키스를 주느니라.”
韓龍雲 선생은 일제 강점기 부산 범어사(梵魚寺)에서 선(禪)공부를 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범어사 청련암(靑蓮庵)에 기거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범어사에 약 1백여 년 된 매화(梅花)가 있다는 설이 지난해부터 들려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은 작년 모 스님이 백매(白梅)를 찍어 전시를 하고 난 직후였다. 그러나 수차례 범어사를 들렸지만 그런 큰 매화나무를 볼 수가 없었다. 사진하는 분들은 대개 좋은 피사체를 가르쳐 주지 않는 어떤 병(?)이 있어 꼭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에 대웅전(大雄殿), 선방(禪房) 등을 기웃거리며 찾아 나서길 이틀째인 지난 5일 아침 8시경, 매화가 있는 선방을 발견했다. “붉은 매화를 보니...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발을 딛고 울타리 보니 여러 그루 홍매(紅梅). 청매(靑梅). 백매(白梅) 등 매화나무가 봉오리를 내밀며 봄을 시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기쁜지? 얼른 선방 출입구에 들어서니,‘정숙(靜肅)’ ‘수행중이오니 출입을 금지합니다.’란 표시판이 딱 버텨 들어갈 수가 없었다. 퍼뜩, 생각했다. 옜다, 모르겠다. 담치기를 해야겠다. 조용해 몇 컷하고 살짝 나오면 되겠다 싶어 담을 넘어 침입(侵入)했다. 선방(禪房)엔 등산화와 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인기적은 없었다. 담치기를 했으니, 들키면 어쩌나 하면서 빨리 카메라를 내, 빨갛게 봉오리를 내민 매화에 앵글을 맞추고. 서너 컷을 하고 앵글을 다시 돌릴 때, 선방 문이 열리며, 스님이 나선다. 스님은 웃으면서, ‘잘 찍혀요’, 놀란 마음에 카메라를 든 채, 땅 바닥에 넓적 엎드려 삼배를 올렸다. 스님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백발(?) 초노의 친구가 어이가 없든지, 일어서요. 그리고 ‘차(茶)나 한잔하러 들어와요’ 한다.
야, 일은 잘 풀린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고 말하면서 선방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차 잔에다 더운물을 부으며 차를 권한다. 나는 ’매화를 찍게 된 동기 등등 말하면서 ‘허가를 얻고 들어오려면 허락치 않을 것이고. 또 찍으라고 할지 이런저런 생각 끝에 담을 넘었다고 말씀드렸다.
한참, 듣고 있든 스님은‘그래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허지만 넘어 들라고 부처님이 승낙을 했으니, 처사(處士)것이니까 잘해봐요.' 재빠르게 나는 ‘스님께 몇칠 찍겠습니다’. ’그래요 처사껏이니, 찍어요! 한다. 이젠 선방은 나의 포인트가 된 것이다. 이튿날부터 약5일간 나는 매일 시간대를 봐가면서 매화를 찍었다. 선방에 들어서면 우선 빗자루를 들고 약30평된 마당을 쓸었다. 마음도 쓸고 이런저런 세속의 기분도 상쾌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매화가 빨간 색이여서, 이 얼치기가 ‘고당매(高堂梅)’라 명명,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기(知己)들이 어디서 찍었냐? 는 등 사진가들 사이에 난리(?)가 난 것이다. 할 수없이, 금정산(金井山 )꼭대기인 고당봉(高堂峰)에서 찍었다고 둘러댔다. 혹시나 알려주면 선방에 수행(修行)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선의(善意)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러기를 3일, 그런데, 8일경 꽃샘추위가 엄습했다. 그날 오후2시경 다시 어슬렁어슬렁 찾아 가보니, 아니. 동해(凍害)를 입어, 꽃 봉우리가 거무튀튀하게 말라들었다. “야~ 이거 올해는 끝났구나.” 는 생각에 지기에게 핸드폰을 했다. 내일 토요일이니, 고당매 찍으러 가자고…….다음날 오후 3시경 우린 범어사에 만나 선방으로 들어갔다. ‘참! 동해(凍害)를 안 입었으면,’ 좋을 껀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왜? 지기한테 연락했을까. 바로 이것이 화두(話頭)다. 그것은‘이 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두고두고 마음에 꺼림칙해 착하게(?) 가르쳐 준 것임을 이제야 밝힌다. 이쯤 담치기에 얽힌 매화를 찍은 얘기는 이만 할까 한다.
한마디, 그 선승(禪僧)은 정말 고승(高僧)이였다.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이며, 그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천오백년 전에 들어와 선조들이 수백 년 전부터 열매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애용해 왔다. 한방에서는 조·엽·화·미숙과실(청매)을 건위, 지혈, 지사, 지담, 주독, 해독 및 구충 등에 효과를 나타내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매실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성분 중에는 구연산, 무기질 등 유익한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한 우리인체에 부족하면 안 되는 마그네슘(Mg)이나 아연(Zn)도 다량 함유량하고 있어 미용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을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고 가슴앓이를 없애고, 마음을 편하게 하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고 근육과 맥박이 활기를 찾는다”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