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주례 데뷔 이야기’
강갑준
2005. 7. 10. 21:12
그것은 분명 나의 30대 10대 뉴스 속에 끼일만한 ‘사건’이었다. ‘주례 ooo선생’ 이렇게 찍힌 청첩장을 들이댈 때는 이미 어쩔 수 없었다. 신랑 K군과 그의 형이 주례부탁을 해 왔을 때, 처음엔 농담으로 알고 웃어 넘겼다. 그러나 그들의 간곡한 청이 진담으로 확인되었을 때, 나는 매우 난처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주례만은 될 말이 아니다. 30대전반의 멀쩡한 젊은이가 주례석에 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만화 같은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나의 이런 사의(辭意)도 ‘선 인쇄(先印刷)’의 협공 앞엔 별도리가 없었다. 이 같은 사연으로 겨자 먹기에 몰린 나는 그 후 하객을 갔던 남의 결혼식장에서 시각적 방법으로 주례예습을 해 두었다. 드디어 닥쳐 온 K군의 혼례 날― 예정시각보다 훨씬 이르게 식장에 나간 나는 그 앞 차례의 결혼식에 하객을 가장 잠입하여 주례실무를 위한 견학을 다시 해 두었다. 나올 때 문간에서 굳이 케이크상자를 안겨 주는 데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어수선한 혼잡 속에 이윽고 나의 ‘출연시간’이 왔다. 애써 의젓한 몸가짐으로 단상 주례석에 올라갔다. 내빈석에서 의외라는 표정과 함께 가벼운 수군거림이 엿 보인다. 혹시 신랑이 잘못 알고 단상으로 올라가지나 않았나 하는 의아심 같은 것도 섞여 있는 듯하다. 신랑입장― 뚜벅뚜벅....... 계단 위로 올라온 K군이 뒤로 돌아서자 아까보다는 양성화(陽性化)한 웃음소리―, 주례와 신랑의 근소한 연령차가 선명하게 대비된 탓이겠지,
그러자 시치미를 떼고 예(禮)를 주재 나갔다. 주례사가 시작되자 하객의 웅성임도 차차 가라앉고 장내가 제법 숙연해 졌다. 후반에선 내 쪽의 일방적 우세― 이렇게 주전없는 자판(自判)을 내리면서 일생일대의 주례 데뷔는 대과없이 끝났다. 아무튼 젊어서 못할 것은 주례노릇인가 싶다. 나도 이제 인생의 하반기로 밀려가고 있다는 징후인가 생각하니 서글픔마저 스민다. 정신적인 조로(早老)를 막기 위해서도 주례만은 사절해야지 하고 그때 생각했었다. 그때 K군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한데 나의 이런 사의(辭意)도 ‘선 인쇄(先印刷)’의 협공 앞엔 별도리가 없었다. 이 같은 사연으로 겨자 먹기에 몰린 나는 그 후 하객을 갔던 남의 결혼식장에서 시각적 방법으로 주례예습을 해 두었다. 드디어 닥쳐 온 K군의 혼례 날― 예정시각보다 훨씬 이르게 식장에 나간 나는 그 앞 차례의 결혼식에 하객을 가장 잠입하여 주례실무를 위한 견학을 다시 해 두었다. 나올 때 문간에서 굳이 케이크상자를 안겨 주는 데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어수선한 혼잡 속에 이윽고 나의 ‘출연시간’이 왔다. 애써 의젓한 몸가짐으로 단상 주례석에 올라갔다. 내빈석에서 의외라는 표정과 함께 가벼운 수군거림이 엿 보인다. 혹시 신랑이 잘못 알고 단상으로 올라가지나 않았나 하는 의아심 같은 것도 섞여 있는 듯하다. 신랑입장― 뚜벅뚜벅....... 계단 위로 올라온 K군이 뒤로 돌아서자 아까보다는 양성화(陽性化)한 웃음소리―, 주례와 신랑의 근소한 연령차가 선명하게 대비된 탓이겠지,
그러자 시치미를 떼고 예(禮)를 주재 나갔다. 주례사가 시작되자 하객의 웅성임도 차차 가라앉고 장내가 제법 숙연해 졌다. 후반에선 내 쪽의 일방적 우세― 이렇게 주전없는 자판(自判)을 내리면서 일생일대의 주례 데뷔는 대과없이 끝났다. 아무튼 젊어서 못할 것은 주례노릇인가 싶다. 나도 이제 인생의 하반기로 밀려가고 있다는 징후인가 생각하니 서글픔마저 스민다. 정신적인 조로(早老)를 막기 위해서도 주례만은 사절해야지 하고 그때 생각했었다. 그때 K군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