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梅花는 어느 곳에
강갑준
2007. 2. 21. 20:04
/백운(白雲)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夕陽)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고려 文臣 이색(李穡)의 시조. 조선조의 太祖가 그처럼 벼슬자리에 부르려 했지만 끝내 절개를 놓치지 않았던 선비의 목소리는 어딘지 고고하고 맑기만 하다. 매화는 고금을 통해 동양에선 詩仙이나 墨客들의 칭송을 받아온 꽃이다. 또 중국은 한 때 모란대신에 梅花를 국화로 삼은 일도 있었다. 모란의 농염(濃艶)보다는 매화의 냉염(冷艶)이 훨씬 선비답게 생각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기(寒氣)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의 꽃으로는 모란의 더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동양인의 은근한 성미엔 매화의 향기에 더 마음을 준다. 사군자(四君子)가운데 매화를 으뜸으로 치는 것도 그런 은근함에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중국 북송(北宋)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도 매화를 노래한 일이 있다. /때를 씻고 씻어 흰 살 더미가 보이네. 가슴에 맺힌 마음, 말끔히 사라졌네(梅花). 그런 감상은 매천부(梅川賦)를 읊은 정도전(鄭道傳)의 마음에도 이어지는 듯, 그는 매화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미녀와 같이 살갗이 희고 옥(玉)과 같은 얼굴에 몸도 풍만하네. 표연히 몸을 날려 은하수에 떠있는 것 같고, 군선(群仙)의 어깨 위에 춤추는 것처럼...../
梅花는 일명 매실(梅實)나무라고도 한다. 낙엽활엽(落葉闊葉), 교목(喬木). 이른 봄에 백(白) 혹은 담홍색(淡紅色)의 꽃을 피우며 핵과(核果)의 열매가 열린다. 요즘은 梅實酒등으로 우리의 일상(日常)에선 그 실 용도를 더 치는 것 같다. 정원수(庭園樹)로도 격조 높은 것은 물론이다.
/담 모퉁이에 두서너 梅花가지 추위 속에 홀로 피어 있네. 멀리 보면 눈은 아닌 듯.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적시네(장각수지매(牆角數枝梅) 능한독자한(凌寒獨自閑) 요지부시설(遙知不是雪) 위유암향래(爲有暗香來)/.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는 왕안석(王安石)의 유명한 매화송(梅花頌)이다.
/눈 속에 홀로 피는/습성하며 발딱하지 않은 그윽한 향기하며..../ 梅花를 선비들이 더 없는 벗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은유자적(隱喩自適)하는 생태 때문에 일 것도 같다.
요즘 각 신문지상에 梅花가 방실하게 있는 사진 한 장을 보며 문득 그런 梅花에 일말의 향수(鄕愁)같은 것이 느껴진다.
속진(俗塵)이 분분(紛紛)한 가운데 제주도의 어디에 피었다는 화신(花信)은 사진만 보아도 청향(淸香)에 젖은 듯. 蘇東坡는 강호(江湖)에서 그 매화의 暗香을 뱃속에까지 채우고 살았다지만 우리의 어설픈 日常은 다만 그 花信으로도 감회가 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