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無題

강갑준 2007. 1. 25. 20:36

세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누구일까. 세계적인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는 가족을 꼽는다. 그는 가족간 끈끈한 유대감이 가족 구성원을 지나치게 속박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가족간 유대감은 그가 자라고 활동하고 있는 미국보다 동양권이 훨씬 강하다. 우리의 사정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대개 가족이라는 사회는 서로 간에 비밀이 없는 것을 전제로 굴러간다. 서로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시시콜콜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사회다. 자녀가 울상을 지으면 부모는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의무이면서 권리로 생각한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녀의 근심을 추적한다. 이 경우 자녀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자녀는 자구책을 마련한다. 표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거나 부모와의 만남의 시간을 되도록 줄이려 한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대부분 부모와 자녀간 대화가 단절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아내 역시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살핀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고.그러나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부부싸움의 원인 대부분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지나친 간섭임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간섭은 늘 상대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표현은 이런 식이다. “내가 옳아.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따라야 해.” 상대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생각을 접어야 하는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희생이 쌓이다보면 언젠가 폭발하고, 서로에게 심한 생채기를 내고 만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상대는 누구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친구를 떠올린다. 친구는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자신의 주장을 굳이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진정한 친구는 어떠한 고민을 털어놔도 흉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가 있는 자리는 편하다.

다이어는 자신의 저서 ‘자유롭게’를 통해 “가족의 결속은 매우 친밀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나 우리를 단단히 구속하여 희생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가족모델로 ‘친구 같은 가족’을 들었다.

친구처럼 지낼 수만 있다면 가족의 관심은 사랑을 내건 간섭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애정표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