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가슴속 동그라미 하나

강갑준 2005. 12. 8. 18:51

새침하게 흐린 12월 둘째 주말,
달력 속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댓돌 위 신발처럼 가지런히 놓인
날짜 사이사이 동그랗게 끼여든 약속들,
보고픈 얼굴들이 세밑 종종걸음 붙잡고
문득 돌아보면 어지러운 발자국,
잔인한 세월에 취해 비틀비틀 지나온 한 해,
소주처럼 말간 눈물로 가슴속 동그라미 하나 지운다.

4세기전의 어느 시인은 ‘ 주여, 겨울과 재난과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주소서’하고 기원 했다. ‘셰익스피어’도 “겨울에는 슬픈 얘기가 제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제임즈’톰슨‘은 “죽음처럼 잔인하고, 묘지처럼 굶주린 것이 겨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추위는 언제가지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땅이 얼어있을 것도 아닐게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하는 노래가 있지 않은가.

겨울 문턱에선 도리어 희망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 서서, 묻혀있던 희망을 도리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곧 인간들의 삶에의 의지이기도 하다. 희망만은 어떤 강추위에도 얼어붙게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