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가을에 부치는 노래(1)
강갑준
2007. 9. 23. 19:50
이제는 가을이다.
여름을 향해 작별을 고하는 애끓는 풀벌레의 울음소리에 인간의 삶이 한층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가을 을 앓는 병이 젊어서는 이토록 심하지는 않았다. 20대. 30대에는 사실 가을을 가을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60고개를 넘어 맞이하는 가을은 형언하기 어려운 적막감이 스며 있다. 일종의 절망을 느낀다 하여도 지난친 말은 아닐 것이다. 가을은 괴로운 계절이다.
옛날에 서울 어느 대학의 한 영문학 교수는 강의를 하려고 교실에 들어오더니 강의는 시작하지 아니하고 한참 동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학교가 자리잡은 동숭동 거리는 때마침 가을이 깊었는데 그는 아무 말 없이 오래오래 그대로 섰더니, 마침내 하얀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두 눈의 눈물을 닦았다는 것이다. 그런곤 그는 한 마디의 인사도 없이 교단에서 내려와 강의실 밖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그 교실에 앉았던 학생들은 이 영문학 교수가 강의는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다가 그냥 나가버린 사실을 조금도 나무랍게 여기지 않았을 뿐더리, 그 무언(無言)의 강의가 그들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인상깊은 명강의였다고 고백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젊은 학생들의 가슴에 애절한 가을의 모습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계속 편으로....)-사진은 지난해 고창 선운사에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