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금정산 다녀왔습니다.

강갑준 2005. 9. 12. 12:44


11일 금정산 산행을 하였다. 나는 정신의 먹이를 찾아 금정산에 오른다. 고도를 높여갈 수록 정신은 더 풍요해지고 맑아진다. 자유와 고독과 야성을 찾아가려는 이 행위야 말로 내가 가야하는 길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역시 선(線)과 기암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금정산, 비가 내린 탓인지 등산길은 촉촉했고, 그만큼 공기도 맑았다. 등산길가의 바위엔 푸른 이끼가 곱게 앉아 있다. 바깥보다는 습기가 많은 탓이다. 안개가 지나가고 반짝 태양빛이 등산로 위에 햇살의 농담으로 그 질감을 드러낸다.
마음에 산이 자리 잡고 있으면 늘 즐겁고 산에 가지 않고도 산에 있는 것처럼 상쾌하다. 산에는 인생과 자연의 진리가 스며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호젓하게 산길을 걷는 맛이 좋아 가끔 혼자서 산행을 한다. 늘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 등산을 하면 뒤 홀로 처지기 일쑤다.
며칠동안 계속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할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생활의 리듬을 잃어버린다. 고독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고 하지만, 고독한 삶보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이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김소월이 노래한 ‘산유화’란 시에는 ‘산에서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는 구절이 있다. 저만치 홀로 피어 있는 꽃을 통해서, 김소월은 혼자만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말하려했던 것인지 모른다.
날로 번잡해 지는 세상은 혼자만의 시간을 잘 허락하지 않는다. 또 혼자 있는 심심한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가는 것 같다. 세상에는 두개의 공간, 즉 함께 있는 공간과 홀로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의 반쪽 공간을 살아갈 뿐이다. 그것은 세상의 절반을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들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
부산 시민들은 언제 어느 쪽으로나 아름다운 금정산을 볼 수 있다. 해거름에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금정산 더욱 아름답다. 무명봉과 원효봉을 지나는 등산로의 산줄기는 숲이 무성하며 심심찮게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아기자기한 바위 등성이와 기암과 숲이 어울려 경관이 좋다. 또 등성이를 지나도 그다지 어려운 곳도 없고, 어디서 오르내리든 교통편도 좋아서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다. 금정산은 우리에게 생활의 활력소를 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