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길가의 행복한 얼굴들
강갑준
2005. 12. 12. 21:15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노점상을 만나게 된다. 상가 초입이나 길모퉁이, 동네 어귀, 일상의 발길이 닿는 길가. 한 평도 채 안 되는 땅에다 판을 벌인다.
조그만 가게 하나 낼 수 없는 가난. 하지만 길가에 서 있어도 그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고 의외로 밝다. 길에 나앉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삶을 놓지 않으려는 그 진지함이 놀랍다.
거리는 그들에게 둘도 없는 삶의 공간, 사람이 저토록 강인할 수 있다는 실증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삶 속에서 어쩌다 비어버린 자리의 쓸쓸함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럴 겨를이 없다. 길에서, 길을 벗어나려는 꿈이 무르익는 속에 그들은 있다.
겨울의 노점 풍경으로 군고구마 장수를 빼놓을 수 없다. 드럼통 가운데를 베어 낸 화덕에 연통을 세우고 장작불을 피워 구워낸 고구마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야말로 따봉이다.
며칠 전, 나는 사무실을 나서 지하철역 모퉁이에서 최면에 걸린 사람마냥 걸음을 멈춰 섰다. 소형 트럭 하나가 무슨 일 채비로 분주하다. 떡볶이와 핫도그 꼬치장수 차였다. 젊은 부부와 어린 딸, 이렇게 셋의 잰 손놀림이 여간 바지런하지 않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암팡지게 생긴 일곱여 살배기 딸. 그 아이는 무언가 그릇 안을 쉴 새 없이 휘젓고 있다. 일곱 살이 열 살은 돼 보이게 대견스럽다. 그 아이 일하는 모습에 가슴이 다 서늘하다. 한 가족이 모두 무엇엔가 충만해 있는 행복한 얼굴들이다.
해넘이다. 아이 아빠가 트럭 천장에 손을 뻗어 전깃불을 켜고 있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전깃불보다 더 밝은 불을 달았다. 길을 훨씬 넘는 번무한 가지, 빼곡한 먼나무의 새빨간 열매들이 노점 안으로 쏟아져 내려 별로 뜨는 것 같다. 길에 꿈이 무르익고 있었다.
조그만 가게 하나 낼 수 없는 가난. 하지만 길가에 서 있어도 그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고 의외로 밝다. 길에 나앉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삶을 놓지 않으려는 그 진지함이 놀랍다.
거리는 그들에게 둘도 없는 삶의 공간, 사람이 저토록 강인할 수 있다는 실증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삶 속에서 어쩌다 비어버린 자리의 쓸쓸함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럴 겨를이 없다. 길에서, 길을 벗어나려는 꿈이 무르익는 속에 그들은 있다.
겨울의 노점 풍경으로 군고구마 장수를 빼놓을 수 없다. 드럼통 가운데를 베어 낸 화덕에 연통을 세우고 장작불을 피워 구워낸 고구마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야말로 따봉이다.
며칠 전, 나는 사무실을 나서 지하철역 모퉁이에서 최면에 걸린 사람마냥 걸음을 멈춰 섰다. 소형 트럭 하나가 무슨 일 채비로 분주하다. 떡볶이와 핫도그 꼬치장수 차였다. 젊은 부부와 어린 딸, 이렇게 셋의 잰 손놀림이 여간 바지런하지 않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암팡지게 생긴 일곱여 살배기 딸. 그 아이는 무언가 그릇 안을 쉴 새 없이 휘젓고 있다. 일곱 살이 열 살은 돼 보이게 대견스럽다. 그 아이 일하는 모습에 가슴이 다 서늘하다. 한 가족이 모두 무엇엔가 충만해 있는 행복한 얼굴들이다.
해넘이다. 아이 아빠가 트럭 천장에 손을 뻗어 전깃불을 켜고 있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전깃불보다 더 밝은 불을 달았다. 길을 훨씬 넘는 번무한 가지, 빼곡한 먼나무의 새빨간 열매들이 노점 안으로 쏟아져 내려 별로 뜨는 것 같다. 길에 꿈이 무르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