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내 인생의 추억'노을'

강갑준 2006. 8. 2. 20:58

어릴적 살던 곳을 찾아 간적이 있다. 40여년(?)만의 걸음이었다.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고 또 나의 토양이라고 여길 만큼 깊고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임에도 그 어떤 두려움 때문에 굳이 발길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마음의 자리는 그토록 휘황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분명 형편없이 작고 초라할 것이고 그때에 맛볼 쓸쓸함과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실제와 맞닥뜨림으로 그곳을 영 잃어버릴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살던 집과 거리들은 내 기억속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작거나 누추하지 않았다.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예순을 넘은 나이, 이제 생이주는 환상과 환멸을 넘어선 나이에 이르렀기에 어릴적 보던 그대로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본연의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60대는 인생의 새로운 분기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옛 입김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회귀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은 일면 유아적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이 표현이기도 하기에 그 부정적인 측면, 즉 이기성과 편협함이 굳어지는가 하면 축적된 삶의 경험과 앎이 관대하고 지혜롭고 따뜻한 풍성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나이라는 것은 가슴 서늘한 자각이기도 하고 희망이고 욕망이고 절망이기도 하다. 살아갈 용기를 주는가 하면 걸림돌이고 빛남이면서 부끄러움이기도 하여 살아가는 날들이 바로 죽어가는 날 들이라는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이 나이가 되도록 ‘생’이라는 것이, 나의 현실이,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부산이라는 장소가 이렇듯 생소해지기도 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가슴 서늘해지기도 한다. ‘장 그르니에’의 아름다운 산문“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 해 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나는‘ 비밀’을 고이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글귀에 취해 있던 젊은 시절, 나는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 살아가는 일을 자주 꿈꾸었다.

사진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반지락(조개)을 캐는 바닷가의 석양. 사진을 찍은 것은 2년전, 그땐 그 바닷가의 황금빛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 다대포 해수욕장 석양을 찍으면서, 야~‘시흥리 조개밭 석양’ 하고 추억을 꺼내 놓는 것이다.
제주도 그 곳엔 조개체험장으로 유명하다. 바로 앞에는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자리잡고 있고, 솨아~~하고 밀려드는 푸른 물빛 파도소리, 생애 가장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각인시켜준 추억의 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