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다대포 이야기

강갑준 2007. 12. 20. 19:19

나는 ‘노을 찾아’ 가끔 다대포 모래밭에 가곤 합니다.
비릿하면서도 상큼한 갯냄새를 들이켜며 뛰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물살이 와 닿는 구석엔 은 모래밭이 열려서 내 알몸을 부릅니다.

다대포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합니다.
나는 그 변화를 눈을 감고 느낍니다.
삶이란 구름 속을 떠돌며 묻혀온 희로애락의 찌꺼기들을,
다대포는 말없이 받아서 정화시켜 주는 것입니다.

다대포는 한시도 활력을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산소를 뿜어내는 ‘몰운대’ 숲을 안고 모래밭엔 생명이 꿈틀거립니다.
피라미 떼가 비늘을 남기고 간 갯가엔 부산사람들의 슬픔과 사랑 얘기가 깔려 있습니다.
그곳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포근한 마음씨가 늘 어머니 젖가슴처럼 열려있습니다.

어둠을 가르는 햇살에 꽂혀 물비늘이 일렁이는 바다는 이 세상 어느 보석보다 눈부십니다.
내가 들이키는 공기에는 소금기가 얼마쯤 섞여 있어서,
내 쉬는 숨을 최대한 길고 깊게 하여 허파주머니를 비웁니다.
비우고 다시 넣는 순간. 탄력을 회복한 허파 안으로 신선한 공기들이 들어찹니다.

다대포의 모래밭을 보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합니다.
햇빛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모래들은 빛났고, 파도소리들은 푸르렀습니다.
애기 소라고동 하나가 모래 위를 뒤뚱거리며 걸아가다 내가 가까이 가자
작은 구멍 속으로 얼른 숨었습니다.

바닷가 건너 낙조를 봅니다.
수평선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저녁놀이 가슴이 아릴정도로
고왔습니다.
바다와 모래밭,
해변을 거니는 연인의 볼에도 붉은 물이 배어듭니다.
파도가 마치 조약돌을 던져 생기는 물그림자처럼 여리게 밀려옵니다.
모래밭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장난을 치는 젊은이,
서로 깍지를 끼고 바닷바람을 쐬는 연인…….
다대포의 풍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곳은 펴서 몸을 숨길 귀퉁이가 자꾸 없어지는 세상,
버겁고 힘 들 때는 바다귀퉁이로 달려가 숨고 싶습니다.
이럴 땐 정말 다대포를 나만의 바다로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