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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황거(皇居)’에 꽃무릇이...

강갑준 2004. 9. 16. 15:49
아래 사진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간 일본 여행 중 들린 일본천왕이 거주하는 ‘황거’ 주변입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마침 그 일대 꽃무릇(석산)이 피어있어 너무 황홀했습니다. 그것도 희귀한 흰색이..한컷하면서 고창 선운사에 간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가을에 한권의 책을....

'나폴레옹‘의 독서열은 대단했다. 여행 도중에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한번 읽은 책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내버렸다. 마차에서 읽은 책은 늘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전쟁중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탐독할 정도로 그는 독서를 즐겼다. ‘센트 헬레나’에 유형(流刑)중에 8천권이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세르반데스’는 ‘나폴레옹’보다도 더 많은 독서를 했다. 책읽는 시간도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길바닥에 떨어진 종이 쪽지에 적힌 글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讀書狂)이었다고 한다.
그가 그려낸 ‘돈키호테’도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미쳤다고 동네 사람들이 평할 정도였다. ‘돈키호테’는 발 들여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집안에 꽉찬 책을 보고 언제나 이걸 다 읽을 수 있겠는가하고 탄식(歎息)했다.

사람의 일생을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인생을 70세라해도 독서할 수 있는 것은 그중의 55년 정도다. 하루 평균 5시간 독서를 한다해도 10만 시간, 하루 1시간씩이라면 2만 시간 밖에 없다. 따라서 책 한권 읽는데 3시간 내지 5시간이 걸린다면 일생을 두고 많이 읽어야 3천3백권 적게 잡으면 2천권을 넘지 못한다. 좋은 책만을 가려 읽어도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기위해서는 책을 읽지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읽지 않은 기술이란 일시적으로 인기가 있는 책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을 위해 쓰는 저자가 항상 독서층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쇼펜하워’의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명저라도 누구에게나 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차대전 때 유태인 학살로 악명높은 ‘아이히만’의 애독서 중에도 ‘헤겔’이 들어 있었다.‘토머스 홉스’도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책읽는 시간보다 사색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다독이란 사고를 억압하는 것이다.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다독의 탓이다."라는 윌리엄펜의 이 말에는 여러가지 뜻이 함축(含蓄)되어 있다. 영국의 어느 신문이 학자, 문인들에게 ’당신이 읽지 못한 고전은 무엇입니까?‘라는 ’앙케이트‘를 낸 적이 있었다. 회답 중에는 왜 읽어야 할 책을 지금까지 못 읽었는지 하는 변명이 제일 많았다.
작가 ’골드워터‘는 다음과 같은 회답을 보냈다. ‘유감스럽게도 읽지 않은 고전이 너무 많아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일이 생각해 낼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 것도 아니다. ‘책을 사볼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책을 읽겠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사람이나 그러겠다고 답변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백로가 지나고 보니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 높고 푸르러 마음을 살찌게 한다는 계절이다. 가을이니 책을 읽으라는 소리들이 들린다. 고전을 읽으라는 말도 들린다. 독서의 관습보다도 사색의 능력이 사실은 우리에게 보다 아쉬운 것이다.


옛 진서(晋書)에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라는 가난한 선비는 등불마저 켤 처지가 되지 못하여 반딧불로 책을 비추어 가면서 글을 읽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마음의 양식을 쌓기위해 독서로서 내면의 세계를 살찌워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