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만추(晩秋)

강갑준 2008. 11. 17. 07:58

11월은 정체가 아리송하다.
소속도 분명치 않다. 가을과 겨울의 고빗길에 있으니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11월은 저물어가는 가을이다.
그래서 晩秋라면 11월을 말한다.
그러나 밝게 갠 날이어야 가을의 서정(抒情)이 느껴진다.
을씨년스럽게 잔뜩 하늘이
찌푸린 날이면 바로 겨울의 황량(荒凉)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같은 날씨도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또한 똑같이 가을을 잘 노래하지만,
서양의 詩人들은 감미로운 낭만을 안겨주는 10월을 즐겨 부른다.
여기 비겨 한국의 시인들은 예부터 11월을 즐겨 불렀다,

청승맞은 생리 때문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구슬진 심경에 젖어 들게 하는 일들이 많았고,
또 그런 심경에는 11월의 계절이 제일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 중순을 넘어 들었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문득 두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에 눈이 가면 갈피 잡을
수 없이 구슬찐 感傷(감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답던 단풍도 이젠 노란 색깔로 바뀌고 그나마 다 떨어져가며 있다.
이슬을 담은 菊花(국화)국화의 淸楚(청초)함도 텅 빈 들에 홀로 핀 장미꽃의 오만스러움도
모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횟된 앙탈 같게만 보이는 그런 11월이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