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문득...성철 큰 스님

강갑준 2006. 11. 25. 17:17




출근 길,
차창 너머 금정산 기슭에 가을 떠나 보내는 단풍잎이 아스라이 다가온다. 찬 바람으로 마른 가지에 새 잎이 돋아나서 봄을 알린지가 며칠 전 인듯 한데 올 여름을 지새고 보니 가을이 아쉬움을 남긴채 떠나 보내려 한다. 아! 또 한해가 가나. 아니 또 한 살을 보태는구나. 세월의 아쉬움과 야속함이 푸념인가. 나이 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허전함인가 보다.

오래전, 해인사'백련암'에 성철 큰 스님을 찾아 갔을때 말씀이 생각난다. 그 땐 헛ㅡ튼소리(?)라고 허허 넘겼는데, 겨울 초입을 앞두고 생각케 하는 것은 나이 탓일까. 큰 어른 말씀은'金剛經에 '無住'란 말이 있어, 머무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흘러간다는 말이야. 그건 또' 인간에게 뿌리가 없다는 무본(無本) 사상이기도 해!.

여우비가 적시던 아침...
빨갛게 단풍든 금정산자락을 보며 큰 스님의 말씀에 생장이 세월을 겸손하게 일깨워준다. 바쁠수록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나이들며 하나씩 정리할 때다.

내일(26일)은 불국사나 갈까. 깊은 가을 사찰을 찾아가는 일은 호젓하고 아찔하다. 초록이 바랜자리마다 깊은 한숨을 들이 쉰듯한 가을 잎들이 달려 있지만, 어느덧 그것은 붉은 함성이 되어 사찰을 울려 나간다. 삶의 쓸쓸한 비경이 어디에 숨어있다 뛰쳐 나올지 모를 것 같다.
단풍은 저절로 익어만 가는데 잊혀진 계절을 떠 올리자니 붉거나 노란색들이 그냥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

다시, 성철 큰 스님이 말씀을 떠 올린다."사람은 모름지기 마음이 살아 있을때 정말 살아 있는거야! 제 아무리 몸을 가꾸고, 끊임없이 건강하려고 노력해도 마음이 살아 있지 않다면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볼수 없어. 정신이라고 까지 하면 너무 거창한듯 싶지만, 그렇게 마음이 제대로 살아 있도록 자기 스스로를 다스려야해! 뿐만 아니라 남들이 마음까지 살아나게끔 하는 일이야 말로 자신의 마음도 살리고, 남도 돕는 일이야!
나는 그때 말씀을 법어(法語)로 듣지 않고 그저 찾아간 버릇없는 놈에게 그저 한말이라고 듣고 메모해 두었다. 지금도 구닥다리 라이카카메라를 들고 산야을 누비며 역사기행을 할 그분(안내인)을 생각하면, 찾아 뵙지 못한 죄송함 보다. 그때 이 놈을 모시고(?)간 그 따스함과 그 큰 어른이 말씀이 오늘에야 새삼 떠오르게 일깨우져준 고마움에 머리숙이고 싶다.


사진은 오륜터널 지나 언덕위에서 가을초입, 그리고 어제 24일 200m2X로 찍은 금정산 전경.

올해 불국사 단풍은 참 좋았습니다. 너무 좋아 다섯번이나 갔습니다.
새벽7시에 도착, 전경 한컷 찍을려고 해도, 벌써 삼각대 차려놓고
기다리는 열정파들 때문에 '이미지' 를 찾아 찍었습니다. 부산에서 듣는 이야기로는 '불국사 단풍이 형편없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엔 몇년내 참 색깔이 좋았습니다. 괴테는 말했습니다. "최고의 표현은 그것이 현실성과 경합할때이다."고 올 단풍을 괴테의 말로 대신할 까 합니다.














어영부영 살다보니...


겨울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볼때, 잿빛 하늘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때,
산다는 게 뭘까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무잎처럼 나의 마음과,
겨울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