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봄이 왔다
강갑준
2005. 3. 2. 15:46
낮과 밤이 같아지고, 겨울의 탈을 완전히 벗어버리게 되는 춘분도 이 달에 있다.
하기야 바람은 아직 싸늘하다. 꽃망울도, 잔디에 푸른 기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말이 춘분이지 기온도 추분에 비기면 섭씨 10도나 낮다.
그러나 봄은 봄이다. 누구나 봄은 느끼는 것이다. 하늘이 투명치가 않다. 보도위가 맑지가 않다. 그것을 먼지나 매연 탓으로 돌리지를 않는다.
아지랑이가 덮힌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봄이 야릇하게 변조를 느낀다. 졸음이 오고, 고달품을 느끼고......영락없는 봄의 징후인 것이다.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화락지다소(花落知多少)
당대(唐代)의 시가(詩家) 맹호연(孟浩然)의 시이다. 아직은 이런 시를 읊을 때가 아니다. 꽃도 아직은 없고, 새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저 졸음만 있을 뿐이다. ‘春眠不覺曉’란 잠꾸러기의 노래도 아니다. 늘어지게 잠잔 다음에도 이부자리속에서 꾸물거리며 있는 사람이나 부를 수 있는 노래다.
이만한 호사스러움을 이제는 아무나 누리지도 못한다. 언제나 졸립고 피로한게 현대인다. 그러나 유달리 졸음이 오는게 봄이다. 수면에는 쾌적이 계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왕에 맹호연만큼 늘어지게 잠을 잘 수 없는 바에야 모든 피로를 그저 봄의 탓으로 돌리는게 그나마 마음 편한 일이다. 그만한 잔꾀랑 너그럽게 봐주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봄이다. 겨울을 묶어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봄은 반가운게 틀림없다.
흐믓한 마음으로 어디든 물결치는 풀의 아늑한 휴식처에 피로한 몸을 묻히고 사랑과 우수(憂愁)의 즐겁고 부드러운 얘기를 읽을 때처럼 행복을 느끼는 일이 또 있을까? 이렇게 노래한 ‘키츠’의 봄을 우리가 못 갖는다고 봄이 싫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절의 수레를 우리 마음대로 돌릴 수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봄이 왔다’고 말한다. 서양사람들도 ‘봄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자의 삶의 자세는 크게 다르다.
요즘 우리는 ‘경제가 말이 아니다’고 말한다. ‘다음 선거에는 야무지게 해야한다’고도 말한다. 마치 우리 힘으로 된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어디선가 살짝 “나”를 빼돌리고 책임을 회피해 나가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봄이 왔다. 그저 봄이 됐으니까 봄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봄을 느끼는 마음이 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