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은 간다
몇 년전 시인 100명에게 애창곡을 물었더니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박시춘 곡)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다.
'시인 세계'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조사에서 였다' 대중가요가 시인들의 애송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천양희 시인은 '이 노래만 부르면 왜 목이 멜까'라고 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라는 첫 구절을 부를땐
아무렇지도 않더니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따라 울던' 이 대목을 부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슬픈 무엇이 느껴졌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봄 날은 간다' 란 제목을 단 시도 많다. '이렇게 다 주어버려라/ 꽃들지고다/(....) /지상에 더 많은 천벌이 있어야겠다./
'봄 날은 간다'/고은은 봄날의 허무속에서 퇴폐와 탐미를 찿았다. 안도현은'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 날은 가고 있었다.고 탄식했다. 29세에 요절한 기형도는 '봄 날이 가면 그 뿐/ 숙취는 몇장 지전속에 구겨지는데, 라는 시를 남기고
생의 봄 날에 떠났다.
'봄 날은 간다'를 패러디한 시도 있다.
'꽃이 피면 같이 울고/꽃이 지면 같이 우는/ 누구에게도 그런 알뜰한 맹세를 한적은 없지만 봄 날은 간다/
시들시들 내 생애의 봄날은 간다.(정일근)
<사진은 제주도. 악동(?)시절 여섯살 쯤에 할아버지와 같이 봄이면 찾던 그 벚꽃나무는 청정하게 살아있다. 그런데 그 봄날을 즐기던
할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떠났고, 나는 지금 고희를 바라보고 있다. 수령이 약 100년은 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