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사랑의 편지

강갑준 2005. 8. 2. 19:23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며 산다. 그 사랑은 현재일 수도 있고,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것이 현재든 과거든 미래의 일이든 간에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을 움직이는 원초적인 힘이다. 설령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거나 혼자서 애태우는 짝사랑일지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사랑은 탐욕이 되어 증오로 변색된다. 이것은 가장 추악하다. 사랑은 아름다움과 추함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나이든 사람이 웬 사랑타령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애태우며 글을 쓴다. 그 여린 감상이 내 글의 바탕에 흐르는 것이다. 물론 글의 사랑에만 얽매인다면 그것의 단순함이나 옹졸함에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반대로 사랑 하나도 노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예 시인될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나는 따뜻한 포옹에 들뜨거나 뜨거운 입맞춤에 취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이면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보낸다. 그러나 수취인은 없다. 컴퓨터 속 깊숙이 저장된다. 컴퓨터는 벙어리 우체통인 셈이다. 가지 않는 편지여서 서러울 것은 없다. 답신이 없어도 보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이 편지를 읽는 사람의 표정을 그려보면 더욱 즐겁다.

이렇게 쓴다.

내 안에 그리움 있어/ 매일 아침/ 편지를 씁니다/

잠긴 우체통이라/ 가도오도 못 하지만/

벙어리/ 목까지 차면/ 울컥 쏟는/ 별무리//

더러는/하늘에 올라/제 빛으로 활활 타고/

땅 속에 몇몇은 묻혀/제살 먹은 뿌리 돋아/

하나, 둘/ 별로 뜹니다/ 들꽃으로도 핍니다//

이런 사랑의 편지가 나에게도 왔으면 참 좋겠다.

사랑의 편지를 받는 사회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