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아! 어린 시절 그 복숭아나무
강갑준
2007. 4. 11. 06:42
유년시절 나의 집 뒤뜰엔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요즘 도화(桃花), 복숭아라 하지만 기억으론 ‘꽝 복숭’이라 불렀다. 아마 ‘개 복숭아’를 말하는 것 같다. 50년대 초라. 가난 때문에 이 복숭나무는 우리 집 큰 재산이었다. 3월경 꽃 피면 초가집과 어우러져 꼬마들이 나를 우러러보고 나는 우쭐대곤 했다. 그러다가 8월경이면 복숭아가 벌겋게 익어들면서 쪼개져 개미 때가 득실거리곤 한다. 그때 그 복숭아 맛 꿀맛이었다.
50여년 만에 찾은 고향집 토담에 걸쳐있던 복숭아나무는 간 곳없고 빈 집터엔 나의 조부(祖父)가 애지중지 하던 동백나무(수령 약200년추정)만 덩그렇게 추억을 기리게 하고 있다. 그 시절 회상하면, 장독 뒤엔 30년 된 백도라지랑, 선인장, 그리고 저녁이면 뜯어서 먹던 양외(?)도 간 곳이 없다. 다 유년시절 가난에 목이 메어 초근목피 시절 이야기다. 지난 주 남해 쪽을 다녀오다가 길가에 발갛게 피어난 논두렁복사꽃을 보면서 유년시절이 그리워 가슴이 뭉클댔다. 머리가 희긋희긋한 나를 생각하면 그저 허무(虛無)만.....,
부산근교엔 복숭아꽃이 별로 없고 경주 넘어 강구 가는 길 언덕에 복사꽃이 이때쯤 활짝 피어 사진가를 불러대곤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영덕군은 수익이 없어 거의 뽑아내 신통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농가 소득원이 안 되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씁쓸한 마음이다.
‘복숭아꽃은 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명화로 여성적이고 선이 가는 동양적 미인이라 한다. 이 선이 가는 동양적 미인이 꽃을 피워 향을 내면 봄의 덧없음을 설워함이니...’라는 글도 있다. 이렇게 옛 조상들은 복숭아꽃을 찬미했는데. 아쉬움을 달래줄 복숭아 밭은 부산근교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