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여름 우포늪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강갑준
2004. 8. 15. 22:44
우포늪에 가시연이 피었다. 지난해까지 환경오염 탓인지 꽃을 올리지 않던 가시연이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그 넓은 우포늪 어느 곳에 가시연이 자생하는지를 알고 있는 지인은 없었다. 그냥 알기는 아는데 대개 어물쩡 정보를 제공하는 분들이다.
오늘(8월15일) 지인의 정확한 정보를 얻어 우포늪에 오후 2시경 출발,「(사) 푸른 우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자생지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한마디로 이런 곳이 어디 있나? 할 정도로 우포늪은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원시의 자연 습지, 그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것은 「푸른 우포 사람들」의 노력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름이 막바지인데 우포늪은 생동감이 넘쳤다. 수면을 뒤덮은 가시연이 강렬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그 잎사이로 태연히 헤엄쳐 다니는 어린 청동 오리 떼들은 또 하나의 정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자연 늪인 우포늪은 자연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습지 보존 국제 협약에 등록된 세계적인 습지이다. 수면의 면적만 7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늪에는 약 1.000여종의 생명체가 어울려 살고 있다.
나는 나그네가 된 듯 잠시 머물러 있다가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짧은 시간에 가진 느낌은 그것은 바로 늪과 산허리를 감아 도는 먼 산의 안개였다. 생각을 깊게 해보면, 새벽녘 어슴푸레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다. 물안개를 헤치며 큰기러기와 청둥오리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붉은 해가 주춤주춤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것이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