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옛 포구가 사람들로 북적댄다

강갑준 2006. 1. 9. 16:06
돈이 있다면,
나도 저 배 한척을 사고 싶다.


옛날, 진해가는 조그만 어촌마을 ‘용원’엔 사돈뻘 되는 친구가 살았다.그런 그가 서울에서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이곳 용원은 도시개발로 엄청난 부자를 만들어 낸 어촌마을이 돼있었다.
그런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서울로 출향 살만한 나이에 그는 간 것이다. 다 가는 길이지만 먼저 떠난 그를 생각할 땐 가끔 그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며 마음이 아프다.


사진동아리 출사를 8일로 정하면서, ‘용원’에 가면 사람들의 삶의 아름다워 보인다는 이야기에 그곳으로 정했다. 당일 아침 8시에 출발, 11시경 그곳에 도착했다. 그 옛날 몇 번 들렀던 곳이라, 행여 그림자가 있으려니 했는데, 아니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입을 다물 정도였다.

새로운 것은 과거를 기억케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다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보도를 보면, 겨울별미‘가덕도 대구’,. 맛깔스러운 대구회, 란 기사를 본다., 도대체 용원 어느 곳에 이런 대구를 파는 곳이 있을까하고 의아심을 갖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그만 수협수산물위판장이 바닷가 곁에 들어서 있고, 그 주위엔 자갈치 시장을 방불케 하는 각종 어획물을 팔고 사고하는 어촌 시장이 형성 돼있었다.



아줌마들은 몸빼를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어른 팔만한 대구들을 들쳐 보이며 ‘대구 사이소!’하며 길손을 부른다. 커다란 고무통안엔 요동치는 대구 모습이 이채롭게 보인다. ‘ 이 대구 얼마요?. 좌판에 깔아 놓은 것은 가격이 싸고, 살아 있는 놈은 조금 갑니다.’ 한다. 성인 3-4명이 먹을 수 있는 4만원짜리 대구는 보통 6-7kg이다. 크기로 10만원을 넘은 것 도 있다. 예전에는 대구가 귀해 40만~50만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경남 거제시 거제수협 등이 치어를 방류하면서 대구 값이 많이 내렸다고 할멈은 말한다.

수협 위판장 엔 일상의 긴장이 어려있어 들어가 보았다, 분위가 자갈치처럼 흉흉하지는(?) 않았다. 카메라를 들어대도, 웃고 ‘사진 한 장 가져 오세요’하며 인심이 푸근한 느낌이다.

역시 그들은 바쁜 모습이다. 선착장에 배가 입항하면 가족인 듯한 여자가 해산물들을 사각 소쿠리에 담아 들려온다. 시골장과 같다. 쭈꾸미 몇 상자, 조개, 아구, 청어 한 동이.... 그런 것들이다. 사려는 사람 대 여섯명과 위탁 판매를 해주는 수협 직원들이 둘러서 있다. 경매는 아주 간단하다. 구석 자리에 우뚝 만들어진 자리에 마이크로, “쭈꾸미 한 상자” 하고 물건을 기리키면 대여섯명의 구매자가 각각 왼손을 펴고 그 속에 그들만의 암호를 표시한다. 수협직원은 그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낙찰한다. 그는 메모장에 위탁자 이름, 내용물, 낙찰가격, 낙찰된 사람의 번호 등을 적어 넣는다. 1분정도면 거래 하나가 끝난다. 그리고, 몇천원 혹은 1~2만원에 긴장이 끝나고 만다. 위탁판매를 대행주는 사람은 아무 흥미도 없어 보이고, 긴장은 구매자와 위탁자 사이에만 존재한다.

다시 말해, 용원의 많이 변했다. 그 옛날(70~80년대)는 아무 볼거리 없는 어촌이었다. 여느 곳처럼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그때 ‘용원이 좋아, 1년에 한 두번 정도 다니러갔다’ 그땐 맑은 햇빛 좋고 바다가 좋고 필부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좋았다. 지금은 지저분한 거리와 어지러운 간판이 언제 깨끗해질는지 하지만 ‘좌판장사’ 라는 것이 비린내 나는 그렇게 지저분한 것 아니겠는가.


어느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물 메기탕이 맛깔스러웠다. 한 사람분 7천원을 받았다. 그러나 설거지통에 가득한 식기들, 바로 밖에 널려 있는 옷가지들 그대로 둔채 얼굴에 화장을 짙게 하곤 손님을 맞는다. 그렇게 어촌 사람들은 돈을 벌기위해 일상을 그렇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 옛날 친구가 살던 곳 이름 때문이었는가? 기대였는가, 저 바다였는가. 배였는가?
혹은 앞에 가마득 보이는 저 섬들(가덕도) 때문이었는가.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을숙도 철새 도래지’를 가는 길에 진해공단 쪽을 거쳤다. 바닷가 해안에‘굴 양식장’ 풍경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요즘 한창 명칭 문제로 옥신각신한 뉴포트 항만이 정겹게 보인다. 나무토막을 내 줄을 이은 것처럼 가로세로 연결해 놓고 그 밑에 종패를 심은 것이다. 여하튼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풍광이었다. 욕심 같아선 몇 시간 지켜봤으면 좋은 글감이 생기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철새도래지인 울숙도로 가야하는 길이다.

철새도래지엔 출입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고니, 청둥오리 등 많이 노니는 곳 가까이서 살금살금 갔는데도, 어찌나 눈치가 빠른 채, 철새들은 화들짝 놀라 날아가 버렸다. 바삐 셧타를 눌러댔다. 그래도 몇 컷은... 쾌재를 불렀다. 예감이 좋았다. 그러나 허탕이었다. 그만큼 순간 포착이 어려운 것이다. 철새들은 이곳저곳 삼삼오오 갈대밭을 울타리로 이리저리 먹이를 찾아 다닌다. 다시 기회가 오면 망원을 사용, 그 들이 놀고 있는 모습과, 화들짝 놀라 비상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

다시 다대포 일몰을 찾아 들었다. 나이 탓인지 피곤이 겹쳤다. 그래도 다시 찾기 힘들 터이고 백사장에 차를 주차, 해변가로 발을 옮겼다. 역시 다대포는 쉼터인가 보다. 모래사장서 농구, 방패연, 이리저리 뛰 다니는 사람들 등....,



그 중에도 눈을 끄는 것은 모래톱을 씽씽 날아다니며 뒤 짚어졌다 ...묘기의 모터카 동호인들이다. 약 12명 정도로 동호인들은 매주 일요일 이곳에 모여 친목을 도모한단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피사체를 부탁 한 컷했다. 해가 지면 인근 소주집서 한잔하면 기분 좋고, 내일을 위해 마음이 가볍다 고....,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면서 좋은 시간 재미있는 일상이야기로 꽃을 피운다며 은근한 자랑까지 한다. 모터카 한대 가격이 약 90만원 정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이렇게 젊음을 축적하는 것이다.


......,
바닷가 해안을 따라 남녀 한 쌍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남녀가 같이 있는 광경은 늘 보기 좋은 그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해안을 따라 시심(詩心)에 잠겨 있듯이 철학을 하는 젊은 부인도 보인다. 수심(愁心)에 잠겨, 지금을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미 해는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안을 따라 비켜나왔다. 다대포의 운치가 그윽해 간다. 저녁노을이 걸린다. 일몰은 아파트 천주교 성당인근이
찍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은 해안을 따라 갯돌바위로 가기로 했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바위절벽을 올라갔다. 갑자기 커다란 크락이 나타났다. 너무 험해서 바위사이로 등산용 로프가 군데군데 걸쳐 있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인가 보다. 그곳엔 힘들게 도착하자 해가 넘어 간다. 어찌나 찬란한지 요 근래 볼 수 없는 장관이라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 어느새 구름들이 깔려 해는 구름 속으로 익어가고 말았다.


해가 떨어진지 20여분이 지났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밥상 카메라’를 메고 온 ‘찍사들’은 버티고 있다. 일몰은 그저 그랬으나. 오히려 바위 소나무는 실루엣을 엮어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섬과 산들은 이미 어두워져 있지만 하늘은 붉으스렘하게 아직 붉음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하늘만큼 푸른빛이 더하지는 않다.


시류(時流)라는 것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시류에 편승한다. 스스로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류를 어기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인간이다. 휴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충분히 쉬지 못한다. 늘 가장하고 싶은 것이 푹 좀 쉬고 싶은 것인데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는 휴식을 창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인식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사회적 시류에 반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회의 전반적 수준에 상승이 중요한 것이고, 지도층이 모범이 절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