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나그네>
신의 조화가 머무는 한라산에 해가 진다
그 어디에 이렇듯 현란한 색의 조화를 숨겨 두었던가
11월 마지막 날,
‘용눈이오름’에 올라 한라산을 보며... 날마다 지는 해인데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그래서 찾아 간다.
또,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 하루,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고 내 인생의 방향을 수정해야 할 일이 없는가.
나는 얼마나 부지런히 살아왔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다.
고향을 찾아 일정을 소화하면서 피로에 지친 몸이지만 이런 석양을 만나면 피는 새롭게 끓고 온몸은 생기로 재생된다.
석양은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은 카메라 셔터를 끊는다. 초를 다투어 변하는 다양한 석양은, 다른 피사체보다 아주 매혹적이다.
카메라 조작을 하면서 노출을 만지작거리며 색채를 쫒는다.
이 사진은 2012년 11월 29일 오후 5시경 ‘용눈이 오름’에서 본 것이다. 내 생애 두 번 없는 오늘은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카메라를 정리하고 내려오면서...내일은 또 한라산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고향에 갈 때는 어김없이 찾아가는 용눈이오름.
안내판은 표고가 248.8m라고.... 한쪽이 터진 오름이기도 하고 분화구 속에 또 다른 분화구가 있는 이중 화산이다.
생성과정이 그렇게 변화무쌍해서인지, ‘용눈이오름’이 보이는 선(線)은 기묘하고도 아름답다.
어느 조각가인들 이렇듯 기막힌 굴곡면의 조화를 상상해낼 수 있을 것인가.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단순한 흙더미가 아니다.
살아서는 집이 기대는 진산이며, 죽어서는 뼈를 묻는 자리다.
여기 ‘용눈이오름’ 기슭에도 무덤들이 있다. 무덤을 둘러싼 네모난 돌담은 가축의 침입과 바람을 막기 위한 산담이라고 부른다.
배병우교수도 장기간 이곳 ‘용눈이오름’을 작업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선에 감동을 주어서라고...
한창 셔터를 끊고 있을 때,
서울서 커피가계를 하는 청년, 40이 넘을까 말까하는 그는 ‘올해 10회째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제주에 와 있었는데.
한라산에 지는 노을을 보니 아름다울 것 같아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고.
찬 바람이 코밑을 시리게 하는데,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 댄다.
그친구 보고 왈 “젊어 풍경에 미치면 신세 망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좋은데요.”
이게 ‘용눈이오름’을 두고 하는 '오름나그네' 그 젊은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