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오월의 신록

강갑준 2006. 5. 4. 17:48

-사진 설명-
초 파일인 5일 딸과 범어사에 들렸다가 경내 은행나무를 딸이 찍은 것이다.

몇년동안 신록을 잊고 산 것처럼 늘 하늘과 땅을 바라보았지만 푸르른 산과 들이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보다. 아마도 겨울은 몹시도 춥고 길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절을 잠시 잊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걷기운동하러 가면서도 어둠이 방해를 했을까, 아니면 3·4월 봄꽃 향기가 나의 정신을 지배해 오월의 신록을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아침운동을 사무실 출근후 사무실 지킴이 풍산개와 몇년을 계절에 관계없이 하다보니 이젠 습관화되어 어쩌다 비가 내려 걷기운동을 못하면 하루가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운동은 해뜨기 전보다 해가 떠오를 때가 제일 좋다고 한다. 나무는 밤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낮에는 산소를 내뿜는데, 해가 떠오를 때 내뿜는 산소가 연하고 부드러워 사람의 호흡에 가장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도 밤에 모든 육체적·정신적·영적 면에서 멈췄다 해가 뜨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기가 집중된다.

세상을 보는 눈도 아침과 낮, 저녁이 다르다. 일도 아침은 시작에서 오는 즐거움, 사람과 사람이 첫 대면하는 눈인사, 실속있게 일할 수 있는 생각 등 아침의 기가 하루를 좌우한다. 낮에는 일의 성과를 헤아려 보고 저녁이 되면 일의 마무리에 따른 즐거움, 가족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등이 있다.

나무나 동물들도 겨울에는 동면을 하다가 어느 순간 봄이 오면 잠에서 깨어나 삶의 기지개를 틀며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어떻든 춘삼사월에 하늘이 주는 봄비를 먹고 물 오른 나뭇가지가 앞 다투어 꽃 피우더니 이제는 꽃을 터트리며 새 숨을 피우기 시작한다.

오월의 신록에 나뭇잎은 부드럽고 연하며 모든 기가 새 숨에 뻗쳐 있으며, 새 생명에서 느끼는 감성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사람도 계절 따라 사뭇 다르겠지만 봄이 주는 뜻깊은 의미는 ‘신록의 계절’인가 보다. 봄은 여성의 계절이요, 희망의 계절이요, 새내기들의 새 출발의 계절이요, 청춘의 계절이다. 나무들도 연한 초록에 부드러운 옷을 입고 봄바람에 너울너울 손짓하며 봄 햇살을 불러들여 희롱떠는 모습은 어른과 아이가 천진난만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하늘빛보다 더 멋들어진 신록의 오월을 그려낸다.

금성동 가는 마을 밖 가로수 길을 돌아 자그마한 금정산 실개천에 개구리가 물속을 휘집고 실개천 자락에는 철쭉 향내음, 보리 꽃 향내음 물씬 풍기는데 노란 민들레가 하얀 빛 동그라미 깃털을 터트리며 하늘을 나는 모습….

오월의 신록이 생동하는 아름다운 멋은 갓난아이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또한 나뭇잎은 봄 햇살이 뜨거우면 그늘이 되어주고 실낱같은 가랑비가 내리면 우산도 되어주고 진딧물·개미 등 수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잠재워 준다. 자신은 희생하면서도 자랑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으며 멋진 세상을 살아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