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유쾌한 정치의 상상

강갑준 2006. 4. 24. 22:18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가 맞는 소리다. 존재하고 나서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인간이다’라고 한다면 그건 수긍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건 ‘생각’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닐 터이다. 갈대라도 생각을 하면 인간일 터이고.

 그래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 것이다. 정녕 그럴까. 스페인 철학자 우나무노는 그의 책 ‘생(生)의 비극적 감정’에서, 인간은 오히려 ‘감정적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도 이성적으로-계산적으로-행동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웃거나 울지 못한다. 웃고 우는 건 인간에게만 있는 능력이다.

 고양이도 ‘속으로는’ 웃고 운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닷속 꽃게가 ‘속으로는’ 이차방정식을 푼다는 상상도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이차방정식을 푸는 꽃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웃거나 우는 고양이도 없다고 우나무노는 말한다. 고양이는 냐옹 울고, 참새는 짹짹 운다. 그러나 그런 건 인간의 울음에 빗댄 비유적 표현일 뿐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솔직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정책이 달라서 치고받는 경우란 거의 없다. 더러운 정쟁은 대부분이 감정싸움이다. 이럴 때 이성은 문제를 푸는 데 거의 무능하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의 얽힌 매듭을 푸는 데는 이성으로 따지기보다 감정으로 녹이는 것이 더 쉬운 지름길이 되곤 한다.

 TV를 켜 보면 채널마다 정책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성으로 분장한 감정의 가면무도회다. 필자는 공상해 보고는 한다. 토론 따위는 집어치우고, 칭찬 시합을 시켜서, 상대 후보를 가장 잘 치켜세우는 후보를 당선자로 뽑으면 어떨까 하는 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