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3)

“거지의 천국”

일본에는 거지를 ‘홈 레스(homeless)라고 부른다. 이건 미국말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좋게 얘기하면 거지의 체면을 상당히 존중한 말이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언어의 사대주의다.

동경에서 이 홈 레스가 제일 많은 곳이 ‘우에노 공원’과 ‘신주쿠’이다.
우에노 공원이라면 한때 벚꽃놀이로 유명했고, 시골에서 상경하는 남녀들이 만나는 장소로 애용됐던 곳이라 한다.

요즘에는 집에서 나와 갈곳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상에서 가라오케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곳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좀 촌스러운 곳인데, 바로 이곳이 홈 레스의 천국이다. 이 우에노 공원을 들어서면 일본 메이지시대의 영웅, 사이고 다카모리가 강아지를 데리고 서 잇는 근엄해 보이는 동상이 있고, 그 동상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 보면 잔디밭과 벤치가 드문드문 있는 것이 나온다.

거기에 홈 레스들이 약 3백명정도 살고 있다. 집단거주는 아니고, 그저 자신들 편하게 라면상자 두어 개 깔고 찢어진 검정 우산으로 지붕삼아 누워 있는 것이다. 대체로 노인들이다.

필자가, 거기서 그 노인들을 1시간여 관찰해 봤는데, 그들이 표정이 어찌나 태평해 보이는지 ‘나도 한번 저길로 나가봐’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라면 상자위에 다리를 꼬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던 60대 후반 거지 그것은 한마디로 천하태평이었다.

일본에서 홈 레스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1994년 이후부터 이다. 즉 일본의 거품이 깨지면서 최하 빈민층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게 되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거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들의 일자리는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숯불을 피워주면서 간신히 숙식을 해결했는데. 거품이 걷히면서 샐러리맨들이 그나마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술까지 자제하자. 결국 포장마차는 이들을 해소해 버린 것이다.해고된 이들이 갈곳은 결국 거지가 되는 길 박에 없었다.

이를테면 경제가 나빠진데 대한 연쇄반응으로 거지가 갑자기 늘어나 버린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일본 거지들은 바로 이러한 상황,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결국은 거지밖에 될 수 없는 운명의 한계 상황에 도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거지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