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강갑준 2009. 1. 2. 22:09

유년시절,
초가지붕 아래서 살았습니다.
가을이면 노란유자가 얼굴 비비는 소리가 들리고,
비가 오면 빗소리가 실로폰 연주처럼 울려 왔습니다.
지금도 그 곳엔 약 2백여년(?)넘은 동백나무가 우리 집 역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끔 고향에 가면,
이 나무가 눈에 들어와, 문득 문득 유년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겨울에도 얼지 않은 샘(공동)에 나가 물을 길어보고, 된장찌개를 끓여 먹던 시간들,
할머님 몫이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많은 고생을 하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우물 길던 샘은 간데온데없고, 마을 엔 초가집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시절 동네 어른들은 대부분 저 세상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또, 마을을 지킨 ‘멀미오름’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올레’란 이름표를 붙이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었습니다.

나의 고향은
겨울이면, 따뜻하고, 여름은 물의 차가워, ‘물이 좋다’고 소문이났었는데,
용천수(龍泉水)로 개발, 도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뿐 아닙니다.
나는 시간만 나면 산으로 들로 나다니던 시간들,
양은솥에 밥을 하고 할아버님과 맛있게 먹었던 기억,
밥 한술 먹고 하늘 한번 보고, 마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하늘은 나의 반찬이기도 했습니다.
푸르고 향긋한 하늘,
밥 한술 뜰 때마다 나는 하늘을 먹었습니다.
부러울 것이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끔 외롭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는 외로움까지도 가볍고 투명한 것이었습니다.
마당이 정원이 되고 바닷소리가 가슴속의 미련을 씻고 가던 시간,
그 시간의 삶의 풍경들을 만나고 싶은 게 마음입니다.

그때는 아득히 보이던 한라산,
물론, 가 본 일이 없었습니다.
60을 넘으면서 그리워, 가슴이 뭉클거려
찾아 가곤합니다. 앞으로 몇 번 갈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갈려고 몸을 추스르고, 시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