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강갑준 2005. 3. 26. 17:40
이 난에 '봄과 책의 노래'를 썼었다. 흔한 일상의 이야기였다. 홈피 방문손님 중...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오빠, 언니들의 책을 30촉 전구를 켜고 읽었다는 글이 가슴에 뭉클 와닿아서 또 봄의 이야기를 쓴다. 요즘은 주 5일근무라 필자도 집에서 이리둥글 저리둥글 배게를 벗삼아 업드렸다 앉았다 하면서 '문학노트'를 정리했다. 꼭 해야 할 부분, 대목이 많아서가 아니라 뭔가 살아온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셀리(P. B. Shelley)가 겨울과 봄의 관계를 『서풍에 대한 송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읊었다. 외관상 사람들에게 봄은 더 없이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 준다. 우선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이다.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 하는 데 그것은 ‘솟아난다’ ‘돋아난다’의 의미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파릇파릇 새싹들이 나뭇가지마다 돋아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아름다운 꽃들도 피어난다. 산에는 아지랭이가 인다. 참으로 봄은 기분 좋은 계절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준다.
그러나 봄이 일년 내내 계속된다면 그 매력이 그렇게 나타나겠는가. 봄은 긴긴 겨울의 꼬리로 참고 나타나기 때문에 돋보이는 것이다. 셀리가 겨울에 봄을 연상하듯이 나는 “겨울을 위하여 가을은 풍요하리!”라고 겨울을 맞기 전의 가을을 연상한다. 가을은 기후가 상쾌하다. 잎사귀가 노랗게 가지마다에서 시들어 떨어지기도 하지만 나뭇가지마다 열매가 익어가고 들에는 오곡이 여물어 고개 숙인다.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그리고 산에는 단풍이 비단빛을 뽐낸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가을은 앞으로 다가올 기나긴 겨울을 맞이하기 전의 든든한 계절이기에 다른 계절들보다 색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온화한 새싹들의 계절인 봄을 앞에 두고 상쾌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뒤로하고 있는 겨울을 두고 그 누가 죽음의 차가운 계절이라고 했던가.


한 겨울의 눈보라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뒤의 쾌적한 계절들을 뛰어넘어 태양의 용광로에서 분출되는 여름의 열기가 연상된다. 겨울의 찬 공기로 바짝 긴장되어 있는 동물과 식물들은 지난 여름의 열기가 다가 올 여름의 열기로 생명의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은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과 대조하여, 봄은 봄대로 가을과 대조하여, 가을은 가을대로 봄과 대조하여 직접 인접한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관계를 보면서 모든 것들이 제각기 절대적 존재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 개체 사이에는 우열의 비교가 있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냥 다양성들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다 존재의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절의 순환에서 알 수 있었다. 물론 일년 내내 여름 혹은 겨울인 곳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네 계절들이 뚜렷이 조화롭게 구분되어 있는 생존환경은 분명 복된 것이다.
요즈음처럼 ‘봄이 온 것 같은데 봄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春來不似春) 때도 드물 것이다. 계절의 순환을 믿지 만은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더욱 오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따뜻함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할 것이 없을 것이다.

어느 여배우의 우울증이 자살을 불러온 이후 자살자들의 숫자가 늘어남을 보면서 날씨라도 을씨년스럽지 않았으면 한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가 되면 마음이라도 개이지 않을까 해서 하는 바람이다. 악착같이 살아야 했던 시절에는 자살을 했다는 말들을 잘 듣지 못했는데 살 만한 것 같은데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과도한 경쟁의 부정적인 측면이라 여겨진다. 경쟁 속에 아무런 준비도 의지도 없이 뛰어들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이 봄날에 생각해 보는 것도 뜻 있는 일일 것이다. 욕심을 줄여 그냥 있는 대로 사는 것도 좋은 삶의 태도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28일 양산 통도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미지 사진입니다. 아직 추위 탓에 봄이 머뭇거리고 있는가 보네요. 일본 관광객들이 경내를 둘러 보고 있었습니다. '독도' 분쟁이 있는듯 한데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