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길에...용눈이 오름
제주에서 돌아왔다.
용눈이 오름에서 첫 안개를 만났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혹시나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뇌리를 스친다.
비옷을 걸치고 안개속을 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너 어딜 가고 있는거야!' 자문해 본다.
온몸을 휘감는 안개에 마음이 가라 앉는다.
음이온이 발생해서인지 머리가 확 맑아진다.
한참 걸으며
'나는 이곳에 왜 오는것일까'
봉긋한 오름이 선이 예뻐서일까, 아니면
무언가 알수 없는 영혼을 찾아서일까.
안개를 헤집고 뭔가 찾으려 애써 보지만
오름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안개를 쫓아 가본 일은 평생 처음이다.
언제 부터인가 '환상'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은 했다.
고 김영갑의 용눈이 오름 작품에서다.
그는 왜. 이 오름을 사랑했을까. 그리고 왜
이 오름을 찍었을까.
그만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다.
여태 15회 쯤 이곳에서 김영갑의 피사체를
찾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지난 달 인가.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지슬'이란
영화작품 포스타를 우연히 봤다. 그 현장이 바로
용눈이 오름이다.
그 감독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용눈이 오름'을 좋아 하는 것 같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바로 건너 '손지오름'에 증조부 묘가 있다.
그리고
바로 용눈이 오름 아래 증조모 묘,
나는 두분의 얼굴을 모른다.
다만 조상묘가 있다는 사실만이...
그래서 일까?
나는 '용눈이 오름'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또 사랑할 것이다.
'Amor fati'와 'Memento mori'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