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지나온 시간을 밟으면 눈물납니다
강갑준
2007. 1. 28. 15:36
할머니는 부를수록 멀리 계시고, 사랑은 품을 수록 아픕니다.
밤새도록 걸어가 어느 잠 못 드는 영혼 곁에서 그의 풍경이 되고 싶습니다.
봄엔 기억들이 붉은 옷을 입지요. 아지랑이는 봄의 멀미 아닐는지요. 바람이 창을 흔들더니 간밤 꽃잎이 졌군요. 꽃잎 진 자리에 푸른 그리움이 돋습니다. 하지만 늙어 등 굽은 고향은 청색 바람에도 일어나질 못합니다.
세상을 환히 밝히고 봄날 누가 세상을 떠날까요. 우리들은 도시의 어디에 걸려 있나요. 그대의 외로움이 보입니다. 문득 사람이 그립습니다. 가슴을 적시는 소나기, 젖은 땅을 체온으로 말리는 사람들. 우리들이 버린 숲한 꿈들도 어디에인가 땡볕에 익어가겠지요. 그대는 지금 여름 어디에 있나요.
처마 끝 풍경소리가 처연합니다. 새를 풀어놓는 바람, 결 좋은 이 바람은 누가 빗질해 보낼까요. 달이 차오를수록 마음은 여위지요. 그래서 가을비는 마음에 내리지요. 우리는 늘 너무 쉽게 가을을 건너 가지요. 갈대, 저 처언한 흰손은 누굴 향한 절규인가요.
나그네는 어디에선가 눈을 만나 눈사람이 되겠지요. 그 옛날엔 화롯가에 둘러앉아 옛날얘기를 구워 먹었지요. 지금도 남녘의 어머니는 눈 쓸고 계시겠지요. 그리움 쓸고 계시겠지요. 지나온 시간을 밟으면 눈물 납니다. 박제된 시간을 풀어 그대레게 보냅니다. 비로소 마른 잎엔 피가 돕니다. 나를 지우고 누군가의 꿈속에 들어가 다시 꿈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