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한류가 벌써 끝나나...

강갑준 2005. 3. 15. 10:45
한류가 식어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어느 해외 특파원의 보고- 한국으로 가려는 일본 손님이 확 줄었다, ‘후유노 소나타(=겨울연가)’의 CD와 DVD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매달 12억엔이던 것이 2억엔으로), ‘대장금’ ‘파리의 연인’ 등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도 10%를 밑돌고 있다 등등- 기운이 쏙 빠지는 소리뿐이다.

까닭이 뭘까. 가장 손쉽고 속도 편할 대답은 모든 탓을 저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욘사마 죽이기’ 등 저들이 한류를 줄기차게 해코지해대니 안 그러겠냐며 한 마음을 먹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모든 것의 주도권을 그에게 넘기는 것이나 같다. 내 탓도 남겨 둬야 나에게도 할일이 있게 된다.

 솔직해지자. 우리 탓이 크다. 화근은 ‘홍수 출하’다. ‘너만 사마냐. 나도 사마’라며 너나 없이 뛰어드는 바람에 한류가 공급초과를 빚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한류 인플레이션’- 이리 되면 한류가 금 값에서 후추 값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필이면 ‘후추’인가.

 때는 중세(中世). 곳은 유럽 어느 왕국의 궁중 파티장. 왕이 왕실의 부(富)를 과시할 양으로 뭔가를 한 줌 집어 뿌린다. 그러자 잘 차려 입은 귀부인들이 그것을 줍기 위해 대리석 바닥을 기어다닌다. 그 뭔가는 다름아닌 후추였다. 후추 값이 금 값이던 시절이었다. ‘금치’ 식의 비유가 아니다. 진짜로, 후추와 금을 같은 무게로 쳐 값을 치렀다. 조미료라곤 소금밖에 없던 유럽에서 인도로부터 들여오는 후추는 귀할 수 밖에 없었다.

 ‘귀하다’는 말에는 드물다와 비싸다, 이렇게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드물면 비싸고, 흔하면 싸다. 이것은, 물리로 치면 중력 법칙-사과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과 같은, 어김없는 시장 법칙이다. 이 법칙을 거스르면 시장은 즉각 보복을 가한다. 한류 등 ‘홍수 출하’가 문제다.

지난해 봄의 소리를 들으려 경상도 지방에 나들이 갔다가 우연히 지나던 길목 호수에 비친 '산수유' 풍경이다. 봄향기가 물씬 풍겨 올해도 한번 가 볼까 하지만 워낙 길치(?)라 지형을 알수 없다. 산수유라면 다들 구례 산동마을, 의성 등을 말하지만, 나는 이곳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았다.
억대를 호가하는 '황화소심'

이달들어 난전시회가 부쩍 늘었다는 보도를 본다. 30여년전 전라도 함평이 한국춘란 소심, 중투 등 명산지였다. 겨울만 되면 이곳 농민들은 보리갈이를 재쳐놓고, 난은 채집하러 다니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돈벌이도 한 10여년 하다보니 함평지방에 난의 고갈상태가 되고 산은 민둥산이 되었다. 그런후 난을 채집하는 인구가 많아져 휴일만되면 우리 산하전체에 난을 채집하는 상인들로 북쩍댄 일 있다. 그 당시 매변이 좋은 소심 한촉에 1만5천원 정도 였다. 중투한촉에는 약150-200만원 정도 였다.
요즘 난전시회장에 출품된 희귀난은 주로 이 때 채집하여 기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난전시회장, 신문 기사를보니 억대를 호가하는 난들이 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그당시 난들이다.그러나 난을 키울려면 여러가지로 힘든다. 오죽했으면 물주기 3년이라 했을까. 물을 잘 줄려면 3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너무 귀엽다고 물을 자주 주다보면 뿌리가 썩어 죽는다는 것. 난은 잎새들을 싱싱하게 보이나 뿌리가 썩어들면서 죽는데 3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필자도 난을 약200분정도 키운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모한 짖이었다. 난은 아무나 키울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오랜 경험을 통해야만 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하면 글감이 너무 많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난의 이름을 열거하면, 한국춘란 소심을 물론이고, 제주한란, 황화소심, 만자,송매,취개,일품, 노십원,의춘선,노문단소,양씨소,소대부귀,왕씨소, 운남설소,그 비싼 녹운,여호접, 일본 한란인 무릉, 도실희,... 등.

그러나 지금은 '대일품'정도가 베란다에 뎅그렁 있고 그래도 진품인 홍도'소엽풍란' 30여촉이 우리 가족을 위안시킨다. 당시 20만원준 설악산형태의 돌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년에 한번
우리 식구들에게 6월쯤 꽃을 내밀며 청향을 피워 우리집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