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햇살들, 봄이 오긴 했나 보다

강갑준 2009. 2. 8. 20:40

사람들에게 아직은 겨울이다.
아낙들 옷차림새가 여전히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땅 사람들보다 먼저 봄의 기운을 느끼고 있다.
저만치 먼저 봄을 대지는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현관에 고창 선운사에서 캐온 상사화가 파랗게 고개를 내민다. 아직은 날씨가
시린데 고개를 내민 상사화의 색은 그래서 파랗게 보인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 하여 이름 지어진 애달픈 상사화.
어쩌면 애달픈 가슴 저 혼자 어쩌지 못해 아직 봄이 채 오지도 않은데 누구보다 먼저 고개를 내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상사화의 표정은 슬프지만 나는 그런 상사화를 보며 봄을 느낀다.

오늘 절친한 몇 분과 ‘장안사’에 갔었다. 도반이라 할 만큼 친한 그 스님이 두어 달 이곳에 있다가 바랑을 걸머지고 간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동안거 결제일이기도 해서일까. 나중에 만나면 서운한 감정도 쌓일 것 같고 해서, 아침에 전화를 넣고 찾아 간 것이다.

세월 속에는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이 함께 있는 것이다. 헤어짐이 슬픔만이 아니고 만남이 또한 즐거움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은 자리. 찻잔을 놓고 세상사를 이야기 했다. 그 자리는 한없이 아름다웠다. 나를 매혹케 하는 생명의 모습이었다.
-사진은 남창 옹기마을에서 8일 오후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