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허망이다. 희망이다."

강갑준 2007. 2. 17. 23:38

/바다야!/
/늬는 와 우노?/
/내 모양 가슴에 맺힌 게 있어 우노?/
/내 모양 헤프게 웃는 이 세상 꼬락서니가 하 약 올라 우노?/

/울지 말 그래이./
/썽내지 말 그래이./
/내일은 니캉 내캉 가슴속에서/
/싯뻘건 해를 내뱉구로./
기억은 시간에 저항한다. 모두들 그립고 아쉽고 궁금한 사람들이지만 우리네 일상은 이런 안타까운 추억. 막연한 궁금증만을 바람처럼 안겨주고 떠나 버린다.

설날이다.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라는 동요를 부르며 즐거웠던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설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 하얀 쌀밥에 평소 보기 힘들었던 고기반찬을 맛 볼수 있는 먹는 즐거움이 그 하나다. 또 하나 더 큰 이유는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면 나오는 세뱃돈을 받는 즐거움이다. 물론, 모두 내 차지는 되지 않지만 얼마간의 용돈이 수중에 떨어져 평소 사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념에 빠지는 것은 나이 탓일 것이다. 허망이다. 희망이다. 참 묘한 말이다. 까다로운 하나의 모순어법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다고 하나 나는 지금 봄을 예감하면서 내내 들뜬 기분에 젖어 있다. 경제가 추락하고, 정치가 혼탁하고, 사회가 문란하고, 문화가 타락했다는 개탄의 소리가 높지만, 그럴수록 봄에 대한 예감은 온 몸을 찔러대고 있다.
60을 넘어선 나에게 왠지 봄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발악이라도 좋다. 나는 봄이 다가오는 소리에 목젖이 부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