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茶 한잔의 思索

강갑준 2007. 3. 4. 13:06


3월의 첫 일요일. 春3월이라. 계절적으로 들뜨기 쉬운 마음이 도리어 우울하게 가라앉아 지는 것은 잔뜩 찌푸린 날씨 탓일까. 아니면 오늘이 정월 보름인 탓일까.

공기가 투명하지 않다. 물기를 머금은 듯이, 꿈을 머금은 듯이 투명하지가 않다. 그리고 모든것이 우울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대지는 얼굴을 붉힌 소녀처럼 그 봄의 정기(精氣)로 터질 듯한 가슴에서 꽃이며 풀을 꺼내 보인다.

조금도 아낌없이, 이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봄인 것이다. 3월 인것이다. 마냥 즐거운 것이다. 자연의'러브'레터'에 모든 사람들이 그저 가슴을 부풀리게 되는 것이다.


/수탉이 울고
시냇물이 흐르고
참새들이 지저귀고
호수가 빛나고...../
이렇게 노래한 '워즈워드'의 자연을 우리는 모른다. 그래도 먼산에서 기쁨이 들리고, 샘에서 생명이 솟아 오르는...... 마치 그런 소리가 우리 귀에도 들리는 것도 같다. 착각일까? 봄이 나를 반긴다고 여기는게 착각일까? 봄은 장난꾸러기다. 변덕스러운 예술가의 손처럼 언제 또 눈보라를 날리게 할지 모른다. 그리하여 고개를 살짝 내밀려던 나뭇가지의 싹을 움츠리게 만들지 모른다.

3월은 봄이다. 그리고 꿈과 꽃의 계절이다. 아무리 북풍이 아직은 피부에 차갑다 해도 꺽일 꿈도 아니다. 아무리 눈보라가 모질다 해도 봉오리지는 꽃의 정기를 꺽지는 못한다. 겨울은 이제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겨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쳐들며 봄의 대기(大氣)를 들이 쉴때 겨울의 잔해(殘骸)는 이미 없다.

꽃이 피기 시작한다. 새 소리도 들린다. 산을 찾는 길손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른다. 3월 인것이다. 비록 아직은 봄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누구나 봄을 느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봄의 꿈을 잃지않는 동안은 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