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5월을 맞으며...

강갑준 2006. 4. 30. 10:29

영국의 시인 T.S.엘리엇이 1922년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신앙 부재와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이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은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에 재생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재생을 요구함으로써 잔인하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인의 생각이 모든 사람들의 뜻을 대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각자 각자의 처해진 입장에 따라 ‘잔인한 달’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잔인한 달도 이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왜 1년 12달 가운데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지칭하는 지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하는 것은 봄이 되면서 움트기 시작한 자연이 이 시기에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세상을 온통 녹색으로 물들여 사람들에게 싱그러움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천명 시인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를 통해 ‘라일락 숲에/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라고 5월의 자연을 노래했다.

싱그러움을 주는 계절 5월은 또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신록이 우거진 이 5월에는 푸르른 새싹들이 밝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의미에서 제정한 어린이 날이 들어있다.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비롯해 성년의 날 등 여러가지 행사가 겹쳐져 있는 달이다.특히나 이번 5월은 지방선거까지 끼어있어 그 어느때 보다도 의미가 깊은 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빠듯한 살림살이와 힘든 일상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요즘이다.모든 생명들이 싱그럽게 영글어가는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우리 모두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새롭게 느끼고 푸르른 희망을 갖는 그런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